[사설] 대학 기숙사 확충이 더 중요

입력 2010-01-04 17:31

대학가는 매년 학년 초만 되면 싼 월세방 구하기 전쟁이 벌어진다. 하숙비와 자취방 임대료가 워낙 비싸기 때문이다. 특히 대학들이 몰려 있는 서울 신촌 등 일부 지역의 경우 지방 학생들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월세가 비싸다. 대학생들이 가장 애용하는 원룸도 지하방을 제외하면 보증금 300만∼500만원에 월세 40만∼50만원이 보통이다. 지방 학생들로선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대학 총학생회가 나섰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그제 지방 출신 자교 학생 7000여명이 한 달에 20만원 미만의 비용으로 머물 수 있는 임대아파트를 대학 근처에 지어 달라고 서울시와 관할 서대문구에 건의키로 했다. 총학 측은 등록금과 생활비를 합치면 지방학생들은 1년에 2000만원 이상의 부담을 안게 돼 저가 임대아파트 방안을 추진하게 됐다고 한다.

추진 방식도 매우 구체적이다. 이 대학 총학생회는 방안의 실현성을 높이기 위해 이를 전담할 주거대책위원회를 구성, 서울시·서대문구와 지속적인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 올 6월 지방선거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라 한다. 지방출신 학생들의 주소지를 서대문구로 옮겨 지방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도록 유도해 서울시장 후보자와 서대문구청장 후보자로부터 임대아파트 건립을 확약받겠다는 것이다.

신선한 발상이지만 총학생회의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서울의 비싼 땅값 등을 감안할 때 서울시와 구청들이 지을 대학생용 임대아파트 물량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 특정 지역에만 지어줄 경우 형평성 논란이 생길 수도 있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각 대학들이 기숙사를 확충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선진국은 물론 중국을 가 봐도 지방에서 온 학생들은 대부분 기숙사 생활을 한다. 그만큼 대학들이 기숙사 확보에 역점을 두는 것이다. 이에 비해 국내 대학들은 다른 건물을 짓는 데는 많은 돈을 들이지만 기숙사를 늘리는 데는 인색하다. 대학들이 지방 학생들의 열악한 주거 여건 개선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