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교회역사살리기운동본부 이끄는 이용규 목사 “왜곡된 교과서 배우면 미래 암울”
입력 2010-01-04 20:15
“혹자는 왜 그토록 교회가 교과서 기술 문제에 집착하느냐고 의구심을 가질 거예요. 또 다른 ‘기독교 이기주의’ 아니냐면서요. 그런데 생각해보세요. 왜곡된 텍스트를 우리 후손들이 배운다면 올바른 미래를 담보할 수 있을까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교회역사바로살리기운동본부를 이끌고 있는 이용규 목사는 4일 한국교회가 초·중·고교 역사(사회)교과서 기술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이 목사는 기독교만이 한국 근현대사를 견인했다고 기술하자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불교 유교 천주교 천도교, 심지어 풍수지리 같은 민간 신앙도 교과서 내용에 할애하면서 기독교에 대해선 종교 편향을 이유로 단 한 개의 독립된 항목이 없다는 것을 묵과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목사는 “현재 정부가 ‘2007 개정교육과정’을 통해 2011년부터 사용될 교과서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인데, 이를 하루속히 바로 잡지 않는다면 역사 왜곡에 따른 불신과 갈등이 증폭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한국사회의 이념 지역 종교 간 갈등을 해결하는 길은 다른 종교를 바로 이해하는 것”이라면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다종교 다문화 사회에서 균형 잡힌 종교관과 세계관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한국교회의 역사정신”이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지난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경신고 박재정 교사가 한 말을 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기독교에 대한 역사기술이 없으니 이를 시험 문제로 낼 수 없다는 거예요. 교사들이 근현대사 발전에 기독교가 기여한 것을 잘 알고 있는 데도요. 이것이 곧 역사 왜곡 아닌가요. 한국교회가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역사 왜곡의 동조자가 되는 겁니다.”
이 목사는 현행 역사 교과서의 문제점도 신랄하게 지적했다. “신사참배와 온 몸으로 싸웠던 사람들은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이었고, 이로 인해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순교를 당했어요. 기독교 학교들이 상당수 폐쇄당하기도 했지요. 현행 교과서는 이런 문제를 객관적으로 서술하지 않았어요.” 그는 기독교를 지칭하는 용어조차 통일되지 못했다며 이에 대한 교정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