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차기 국회의장·당권 물밑경쟁 후끈

입력 2010-01-04 19:34


한나라당에서 차기 국회의장과 집권당 대표를 노린 물밑 경쟁이 연초부터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먼저 올 상반기 임기가 종료되는 김형오 국회의장의 자리를 놓고 당내 중진들의 보폭이 빨라지고 있다. 당초 여권에서는 박희태 전 대표(6선)가 유력한 차기 의장 후보로 거론돼 왔다. 주류 측이 낙점했다는 얘기까지 돌았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미디어법 강행 처리에 이어 연말 4대강 예산과 노동관계법 등을 밀어붙인 안상수 원내대표(4선)가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안 원내대표가 강한 추진력으로 법안과 예산을 처리해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줬다는 게 당내 평가다. 그도 국회의장직에 도전하고 싶다는 의사를 공공연히 내비치고 있다.

친박계 원로인 홍사덕 의원(6선)도 후보군에 꼽힌다. 홍 의원은 국회의장 출마 여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지만 대다수 친박 의원들은 “홍 의원이 출마한다면 당연히 도울 것”이라고 말해왔다. 이처럼 추대에서 경선으로 분위기가 바뀌자 박희태 전 대표의 행보도 바빠졌다. 한 측근은 4일 “박 전 대표가 지난해 10월 재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대표 시절보다 더 많은 의원을 만나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와 함께 차기 당 대표를 겨냥한 경쟁도 물밑에서 펼쳐지고 있다. 정몽준 대표의 리더십 문제가 불거지면서 조기 전당대회 개최론이 힘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중도개혁 세력으로 분류되는 남경필 원희룡 권영세 의원 등은 7일 새해 첫 모임을 갖고 당 지도체제 문제를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원 의원은 “의원들 사이에 당내 중도개혁 세력을 규합해 당 (지도부의) 세대교체를 이루자는 공감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조기 전대에 부정적인 정 대표도 당내 여론이 개최로 굳어진다면 대표직에 재도전하겠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김형오 국회의장이 임기를 마치고 당 대표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직이 여의치 않을 경우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는 최근 사석에서 “당원들이 내게 더 고생해 달라고 한다면 (당 대표를) 못 하겠다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안 원내대표가 ‘청와대 거수기’란 비판을 무릅쓰고 각종 현안을 밀어붙인 것도 차기 행보를 의식한 포석이란 시각도 있다. 결국 국회의장이든 당 대표든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당 대표 후보군에 올라 있는 김문수 경기지사와 홍준표 의원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