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올해는 세계 시장을 품어보자”
입력 2010-01-04 18:54
주요 대기업들은 4일 새해 업무 시작과 함께 일제히 ‘공격경영’을 천명했다. 매출 목표를 늘려 잡았고 세계 1위 석권을 노리는 비전도 밝혔다.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은 이날 시무식에서 ‘전 사업부문 세계 1위’라는 비전 달성을 강조했다. 최 사장은 “현재 1위인 TV와 메모리 반도체, LCD 등은 초(超)경쟁력을 확보하고 휴대전화는 1위(노키아)와의 격차를 좁히는 한편 프린터, 컴퓨터, 생활가전, 시스템LSI, 네트워크, 디지털이미징 등 육성사업은 조속히 1위에 오르도록 경쟁력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올해 글로벌 선두업체로 도약하고자 한다”며 국내외 생산·판매 목표를 540만대로 잡았다. 지난해 판매대수(464만여대)보다 76만대가량 늘린 것. 정 회장은 “당진 일관제철소 완공을 계기로 제철과 자동차산업 간 시너지 효과도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새해 인사모임에 참석한 임원진에게 “변화를 주도하고 고객가치 혁신을 선도하는 ‘테크놀로지 컴퍼니’라는 말에 LG의 모습을 담아내자”며 “5년, 10년 후를 내다보며 사업판도를 바꾸는 기반기술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파부침주(破釜沈舟·밥 짓는 솥을 깨고 타고 갈 배를 가라앉힌다)’의 결의로 글로벌 시장에 올인할 것을 선언했다. 최 회장은 “한국 내의 우리 위상이나 기득권에 얽매이지 말고 글로벌 시장에서 가능한 모든 기회를 활용, 성장과 도약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창수 GS 회장은 신년사에서 “신성장동력을 발굴해 ‘브리지 투더 퓨처(Bridge to the Future·미래로 향하는 가교)’로 삼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구자홍 LS그룹 회장은 ‘그린 비즈니스’를 올해 핵심 경영전략으로 삼았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시무식에서 직접 프레젠테이션에 나서 ‘포스코 3.0’ 시대를 제시했다. 그는 “포스코 3.0은 창업기(1.0)와 성장기(2.0)를 넘어 글로벌 초일류기업으로서 매출 100조원 달성은 물론 100년 기업, 100점 기업으로의 도약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현대건설 인수와 북방사업을 중점 추진과제로 꼽았다. 현 회장은 “현대건설 인수는 그룹 미래를 위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확실한 성장동력이므로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면서 “중요한 블루오션인 북방사업도 곧 재개될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는 ‘승풍파랑(乘風破浪·바람을 타고 파도를 헤쳐나간다)’이란 사자성어를 제시하며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은 “시대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는 항공사는 규모에 상관없이 소리 없이 사라지고 있다”며 “진정한 글로벌 항공사로 자리 잡는 해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주요 계열사가 구조조정 회오리에 휘말린 금호아시아나의 박찬법 회장은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의 결연한 각오로 전 임직원이 구조조정에 적극 동참하자”고 말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경쟁사보다 취약한 온라인 쇼핑몰 부문에서 업계 1위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석채 KT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매출 20조원 시대를 열어야 한다”며 끊임없는 기업문화 혁신을 주문했다.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은 “2015년까지 매출 23조원, 수주 54조원, 영업이익률 9.5%를 달성해 세계 20위 건설사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지난해 수주물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은 조선·해운업계도 올해 경영목표를 높여 잡았다. 오병욱 현대중공업 사장은 수주목표를 지난해 실적보다 50%가량 늘어난 177억 달러로 잡았다.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도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난 100억 달러 이상을 수주하겠다고 밝혔다. 최은영 한진해운홀딩스 회장은 “올해 반드시 흑자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정범식 호남석유화학 사장은 “2018년 매출 40조원으로 아시아 최고 화학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대표는 “2015년 글로벌 톱10 진입을 위해 도약하는 한 해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천지우 최정욱 박재찬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