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출발 2010] ① 예장 합동

입력 2010-01-04 23:27

한기총 개혁·보수신학 세력화 움직임

“우리 교단이 한기총에 매년 납부하는 분담금만 해도 1억1200만원입니다. 어떻게 30개 교회도 안 되는 교단과 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단 말입니까.” “세계교회협의회(WCC) 자유주의 신학사상을 가진 사람들과 같이 할 수 없습니다. 이참에 한기총을 탈퇴합시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달 29일 치러진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에서 예장 통합 후보에 49표라는 큰 차로 패배하고 충격을 받은 표정이다. 4일 서울 대치동 총회회관에서 개최된 실행위원회에선 한기총 개혁의 의견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이날 실행위원들은 장시간의 논란 끝에 “한기총의 신학사상 등 개혁을 요구하고 그것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뜻을 같이하는 교단과 비장한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WCC 신학 문제를 지렛대삼아 한기총 개혁을 이끌어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교단은 2년 전에도 선거에 패배하면서 개혁특별위원회 구성을 한기총에 요구한 바 있다. 비장한 결단은 한기총이 아닌 제3의 보수교단 연합체를 암시한다.

이처럼 2010년 예장 합동은 1만1000개 회원교회를 지닌 한국교회 최대 교단이라는 배경아래 보수신학을 세력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교단은 1990년대 표준새번역 성경 채택과 2000년 개역개정판 개정 작업에도 보수 개혁주의 신앙이란 이름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 바 있다.

서정배 총회장은 이날 총회 정체성 확립을 재차 강조했다. 서 총회장은 “우리 교단은 신앙의 선배들이 WCC의 종교다원주의와 자유주의를 배격하기 위해 고군분투해 만든 교단”이라며 “한기총 개혁을 추진하고 여의치 않으면 오는 9월 총회에서 대의원들에게 의사를 묻겠다”고 말했다.

실행위원들은 WCC 총회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개혁교회협의회’를 구성하고 보수교단과 연대해 심포지엄과 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한편 한국찬송가공회를 상대로 한 민·형사 소송은 교단의 찬송가 출판권(전체 지분의 50%)을 지키기 위해 취하 없이 그대로 진행키로 했다. 총신대 송전탑 관련한 문제에선 토지 구매에 100억원을 지급할 이유가 없다며 상황을 좀더 지켜보기로 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