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알카에다 키운 주범은 빈곤… 내전 치르다 껍데기만 남은 무능한 정부 한몫

입력 2010-01-04 17:07

예멘의 수도 사나 외곽에 살고 있는 경찰관 하이살 히더 카에드의 한 달 월급은 2만5000리알(123달러·약 14만원). 이 가운데 1만 리알은 페인트칠도 돼 있지 않은 방 두 칸짜리 집의 임대료다. 마실 물은 사먹어야 한다. 전기도 제때 공급되지 않아 추운 겨울엔 밤새 벌벌 떨 때가 많다.

자녀 4명, 아내, 어머니와 함께 사는 카에드는 “내 월급으론 먹고살기도 힘들다”고 불평한다. 하지만 그는 운이 좋은 편에 속한다. 최소한 직업은 있다. 예멘에선 2300만 인구의 절반이 하루 2달러 이하의 돈으로 생활하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 예멘이 알카에다의 새로운 근거지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이 같은 빈곤과 정치·사회적 혼란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예멘 금융성 차관 잘랄 야쿠브는 “모든 건 경제 문제에서 시작된다”면서 “나머지는 심각한 경제 문제가 낳은 결과들”이라고 밝혔다.

군인 출신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은 1978년 북예멘의 최고통치자에 올라 통일 이후에도 권좌를 지키고 있다. 권력을 지키려고 친위대를 동원해 북쪽의 반군, 남쪽의 분리주의자들과 싸우는 데 골몰했고 그동안 정부 조직은 껍데기만 남았다. 야쿠브 차관은 “정부가 시민에게 일자리와 교육, 보건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이 알카에다가 성장할 공간을 제공했다”며 “테러 대응은 경제 복구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멘의 경제 문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조직은 역설적이게도 지난 성탄절 미 여객기 테러 사건을 기도했던 알카에다의 아라비아반도 조직(AQAP)이다. AQAP는 예멘에서 ‘이슬람 지하드(聖戰)’를 외치지 않는다. 현금이 가득한 가방을 내밀며 학교에 교사를 보내주고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겠다고 약속한다.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풀려난 수감자들과 예멘 감옥에서 탈옥한 이들은 이런 방식으로 AQAP를 알카에다 내 세 번째 조직으로 키웠다. 미국 워싱턴 DC의 중동문제연구소 알리 알 아메드 소장은 알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AQAP가 조직 규모는 세 번째지만 활동 기반은 알카에다에서 가장 안정적”이라면서 “해가 갈수록 AQAP가 미국에 더 위협적인 조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AQAP의 활동은 기초적인 훈련과 무기관리부터 대규모 작전수행까지 다향하다. 활동 범위는 아라비아 반도를 넘어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팔레스타인까지 미친다. 조직원은 300명 안팎이라고 알려졌으나 계속 늘고 있다. FT는 현재의 예멘 상황이 무능한 현지 정부와 서방의 무관심이 낳은 결과라며 “테러조직을 뿌리 뽑기 위해 군사 작전에만 집중하는 건 오히려 더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