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불확실성 여전한 미국… ‘옆걸음’ 양상의 일본
입력 2010-01-04 18:57
세계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과 일본의 향후 10년간 지속적인 경제성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위기의 긴 터널을 벗어나더라도 향후 진로가 그리 밝지 않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일본이 우리나라와의 대외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볼 때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양국 경제의 불안요인을 면밀히 분석해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 경제, 향후 10년간 지속 성장 의문=미국의 암울한 고용시장, 붕괴 상태의 부동산 시장, 불안한 금융기관들이 앞으로 10년간 미국 경제의 빠른 회복을 막을 것이라고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3일(현지시간) 미국경제학회(AEA) 연차총회에서 한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다양한 정치적 성향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의 빠른 회복과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 놀라울 정도로 견해가 일치했다.
국가경제연구소(NBER) 소장을 지낸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주택과 상업용 부동산이 침체된 상황에서 경제의 빠른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의 중간 가격은 2005년 고점에 비해 30% 이상 하락한 상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성장 동력의) 대체물을 찾기 어렵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소비자들의 부채가 여전히 막대하다는 것과 대형 은행들이 연방정부의 자금조달과 재무부의 암묵적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 정부가 확실히 금융기관들에 대한 지원의 손길을 거둔다면 새로운 금융시장 붕괴가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CNN머니 인터넷판도 미국 경제에 대해 우려되는 사항으로 증시 약세, 수요의 완만한 회복, 주택시장의 약세를 꼽았다.
◇일본 경제, 세 번째 ‘잃어버린 10년’ 오나=일본 경제가 핵심 정책에 대한 민주당 정권의 결정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세 번째 ‘잃어버린 10년’에 빠질 위험을 맞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3일 분석했다. 저널은 일본이 지난달 29일로 자산 거품 폭발 20주년을 맞았으며 상황은 그때보다 더 나빠졌다면서 그 예로 닛케이 225지수가 1989년 12월 29일의 4분의 1에 불과한 수준에서 지난해를 마감했음을 상기시켰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정권이 향후 10년 국내총생산(GDP) 성장을 연평균 3% 이상으로 유지한다는 정책 목표를 밝히기는 했으나 구체적인 로드맵은 오는 6월에나 나올 예정이라고 저널은 지적했다. 경기 촉진을 위해 환경, 의료 및 관광 부문 등에서 모두 1조1000억 달러 규모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려는 계획은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저널은 분석했다. 고령화 사회로 인한 연금 수요 및 의료비용 급증에 대처해야 하는 상황에서 갈수록 줄어드는 노동력과 수요 위축도 심각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의 주요 기업 62%는 현재의 경기가 극심한 침체를 겪었던 지난해보다 크게 나아지지 않은 채 ‘옆걸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고 도쿄신문이 4일 보도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거시경제실장은 4일 “미국의 저성장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일본의 저성장은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일본 기업들이 부진할 때 우리 기업들이 마케팅 및 제품혁신으로 경쟁력을 강화한다면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실장은 “선진국 경제의 고성장은 앞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우리 기업들이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고 녹색성장 시장을 개척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