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실수? 알면서?… ‘위헌 법률’로 기소했다 면소 판결

입력 2010-01-04 17:01

검찰이 대출을 알선하고 돈을 받은 전직 금융기관 노조위원장을 기소하면서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내린 법률을 적용해 법원에서 면소 판결을 받았다. 면소판결이란 법원이 형사소송 절차를 종결시키는 것으로 범죄 후의 법령 개폐 등으로 형이 폐지됐을 때 적용된다.



4일 법원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검사 김학석)는 지난해 11월 노조위원장의 지위를 이용해 대출담당 직원에게 부탁해 25억원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알선한 뒤 사례비 3억6000여만원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로 P저축은행 전직 노조위원장 석모씨를 구속기소했다.

재판과정에서 석씨가 돈을 받은 사실을 인정해 공소유지가 순조롭게 이뤄지는 듯했지만 뜻밖의 문제가 발생했다. 석씨가 돈을 받은 것은 2004년 1월이었다. 그러나 헌재는 2006년 4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있는 가중처벌 조항 중 수수액과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중형에 처하도록 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위헌을 결정했다.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규진)는 석씨에게 현행법을 소급 적용해 처벌할 수 없고 구법의 가중처벌 조항도 위헌이므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한 구법의 일반 처벌조항만 적용할 수 있다고 봤다. 법원은 석씨가 2004년 1월 금품을 받았기 때문에 5년 이하의 징역에 해당되는 범죄의 공소시효를 5년으로 규정한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지난해 1월 공소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석씨를 기소하면서 공소시효가 2년 정도 남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법원 판단에 대해 “헌재 결정은 받은 돈이 5000만원 이상일 때 일괄적으로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한정위헌”이라며 “석씨처럼 수수액이 1억원 이상이면 위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항소의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헌재 관계자는 “헌재의 판단은 한정위헌이 아닌 단순위헌”이라며 “해당 법으로 유죄가 확정됐다면 재심도 청구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검찰과는 다른 해석을 내놨다.

이제훈 양진영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