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폭설대란] 폭설 피해 법원 판단은… 관리자 제설 노력 있었다면 눈길 교통사고 운전자 책임
입력 2010-01-04 16:58
폭설 때문에 일어난 교통사고나 시설물 피해 관련 소송에서 법원은 어느 편을 들어줄까. 법원은 사실관계를 따져 당국의 관리 소홀로 일어난 사고에는 손해배상 책임을 묻지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운전자나 사고를 당한 당사자의 청구를 기각하고 있다.
4일 법원 등에 따르면 눈이 쌓인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났어도 관리자가 제설 노력을 했다면 운전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7부(부장판사 송우철)는 2008년 한 손해보험사가 우면산터널 관리업체를 상대로 “터널 앞 도로에서 눈에 미끄러져 사고를 당한 가입자의 수리비를 달라”며 낸 구상금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보험사는 “사고 도로에 눈이 쌓여 있었고 당국이 제설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관리업체가 염화칼슘을 살포하는 등 제설작업을 벌였고 운전자에게 감속 운전의 의무가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차량 운전자 과실로 사고가 일어난 것”이라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황중연 판사도 눈길에 서 있다 승용차에 들이받힌 최모씨가 가해자 홍모씨 측 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도로가 미끄러웠던 점을 감안해 가해자의 배상책임을 70%로 제한했다.
그러나 법원은 안전시설 부실 등의 이유로 일어난 사고는 관리자 책임을 인정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2단독 임성실 판사는 눈길에 미끄러진 뒤 방호울타리 모서리에 부딪혀 차량이 크게 파손된 김모씨 측 보험사가 경기도 광주시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광주시는 보험사에 72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폭설에 대비해 도로에 있는 방호 울타리 끝 부분에 충격흡수 설비를 하지 않아 사고 피해가 커졌다”며 시의 책임을 30% 인정했다.
법원은 폭설로 각종 시설물 붕괴 등 안전사고가 일어나면 기본적으로 소유자에게 관리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2단독 박창수 판사는 시멘트 제조업체의 시설물 지붕 밑에서 눈을 피하던 근로자들이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해 무너진 지붕에 깔린 사고 관련 재판에서 “지붕 붕괴는 자연의 힘과 더불어 구조물 부실이 원인으로 작용했으므로 업체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사건은 손해배상 책임의 소멸시효가 끝나 청구가 기각됐다.
하우스나 축사 붕괴 등에 대비해 각종 보험이나 공제에 가입했다면 정해진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 과정의 분쟁에서 법원은 사실 관계를 따져 판단한다. 폭설로 축사가 무너지면 보상해준다는 직원 설명을 믿고 공제에 가입했다면 실제 약관은 이를 보장하지 않게 돼 있어도 보상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판결도 확정됐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