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폭설대란] 기록적 폭설 이색 화제… 지자체들 제설제 동날까 발동동

입력 2010-01-04 19:15

4일 내린 기록적인 폭설은 다양하고 이색적인 화제를 낳았다.

○…경기지역 지자체는 제설제가 동이 날까 봐 발을 동동 굴렸다. 올 겨울 폭설이 잦았던 데다 이날 비축한 염화칼슘이 거의 다 사용되자 지자체들은 조달청에 긴급 구매를 요청했지만 제설제가 제때 도착할지 불확실해 애를 태웠다.

의정부시는 비축한 염화칼슘 1000t을 모두 사용하고 110t가량 남아 있는 상태였다. 눈이 1㎝ 미만으로 내려도 염화칼슘 150t 정도가 필요한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모자라는 양이다. 조달청에 요청한 염화칼슘이 오기 전에 다시 폭설이 내리면 모래를 뿌리며 견뎌야 하는 상황이다.

평택시는 염화칼슘 비축량 891t 중 절반을 사용해 중국산 600t을 추가 구매하기로 했다. 화성시도 지난해 말까지 511t의 염화칼슘을 확보했지만, 이날 제설작업으로 전량 소진했으며 긴급예산 5억원을 마련해 이달 말까지 2000t을 추가 구매할 방침이다.

○…인천대교는 폭설에도 ‘이상무’. 20㎝ 이상의 폭설이 내린 인천 시내는 도로교통이 사실상 마비됐으나 인천대교는 차량 통행이 원활하게 이뤄져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비결은 ‘최첨단 디지털 시설’ 덕분이다. 인천대교㈜는 이날 폭설 초동 조치로 새벽부터 다리 위 10곳에 설치된 자동염수분사시설을 작동시켰다. 이 시설은 염화칼슘 수용액을 살포하는 장치로, 눈이 쌓여 길이 미끄러워지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인천대교㈜는 초동 조치 후 제설차량 7대를 동원, 도로 위 눈을 치우고 계속 염화칼슘을 뿌려 차량 운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 같은 최첨단 시스템으로 인천대교에는 대설경보 속에서도 시속 50㎞ 감속 운행 조치만 내려졌다.

○…자동차 접촉사고 등이 급증하면서 손해보험사에는 온종일 긴급출동 요청전화가 쇄도했다. 현장 출동건수도 평소에 비해 최대 2배 이상 많았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의 이날 긴급 출동건수는 1만2000여건으로 평소보다 2.5배가량 늘었다. 현대해상도 오전 10시30분 출근시간대 기준으로 긴급 출동건수가 4500건으로 월요일 출근시간대 평균 2500건에 비해 70%가량 증가했다. 긴급출동 사유는 대부분 오르막길에서 차가 멈췄거나 가벼운 접촉사고가 난 경우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정체 구간에는 오토바이라도 동원해 출동했다”며 “긴급 출동 차량을 기다리는 고객이 답답해하지 않도록 수시로 상황을 안내했다”고 말했다.

○…기습 폭설로 각 지방자치단체가 눈을 치우느라 전전긍긍한 가운데 수원 공군의 이색 제설작업이 눈길을 끌었다.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서울공항 기지를 맡고 있는 공군 제15혼성비행단과 수원 공군 10전투비행단은 폐 전투기를 활용해 제설작업을 벌였다. 전투기 엔진가동 때 발생하는 엄청난 분사력을 활용해 활주로에 쌓인 눈을 단숨에 수십m 밖으로 날려 보낸 것. 투입된 제설장비 중 ‘일등공신’은 SE-88. 이 장비는 한국전쟁에서 활약하다 1970년대 중반 퇴역한 F-86 전투기 엔진을 장착했다.

백민정 기자, 수원=김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