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경제 어디로 가나] “거품 많이 커졌지만 붕괴는 없다”… 조심 또 조심

입력 2010-01-04 19:28


<3> '버블' 중국경제 발목 잡나

박모(47)씨는 요즘 울상이다. 박씨는 지난해 3월 중국 위안화 대비 원화 환율이 220원까지 치솟았을 때 집을 처분해 중국인 친구들 사이에서 ‘재테크의 달인’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이후 사정은 그의 예상을 빗나갔다. 환율은 170원대로 주저앉았지만 집값이 판매 당시 ㎡당 2만9000위안(당시 환율로 638만원)에서 4만5000위안(763만원)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집값 상승률(55%)이 환차익(22.7%) 수준을 넘어선 셈이다. 박씨는 4일 “금융위기 이전 고점을 찍었다고 생각했던 집값이 다시 오른다”며 “한국에서 건설업을 하면서 부동산시장을 숱하게 경험했지만 중국은 솔직히 무서운 생각이 든다”며 혀를 내둘렀다.

중국 상하이 인테리어시장에 진출한 지난해 금융위기의 여파로 주춤했던 중국 집값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대도시의 ‘노른자위’ 집값은 이미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10년 전부터 시작된 부동산 투자 열풍이 제대로 된 자산가격 조정 없이 다시 오르면서 향후 중국경제의 고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본보가 실시한 ‘중국경제 2010 전망과 분석’ 설문조사에서도 국내외 전문가들은 올해 출구전략으로 인한 자산가격 조정 가능성을 최대 불안요인으로 꼽았다.

◇‘부동산 불패’ 투자광풍에 떠는 중국=지난 2일 중국 상하이 외국인 밀집지역인 구베이(古北) 거리에 위치한 위치하우친(御翠豪庭) 아파트 단지. 외국인학교가 밀집해 교육환경이 좋기로 소문난 구베이 신시가지 지역에 새로 들어선 이 아파트 가격은 ㎡당 6만5000위안(1100만원)에 달한다.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중국인 주부 린(林)모씨는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2008년 하반기 당시 분양가는 ㎡당 3만5000위안(593만원)이었으니 거의 배 가까이 올랐다”며 “가격 추이를 보다가 구베이로 들어오려는 외국인에게 내놓을 계획”이라며 웃었다.

상하이 부동산시장은 4년여 전 우리나라 수도권 집값 상승세와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다. 시내 상업중심지인 난징로(南京路)에서 동심원을 그려나가는 추세로 시 외곽선인 와이환시엔(外還線)까지 순차적으로 부동산 투자 및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분당 격인 와이환시엔 지역 집값은 이미 지난해 초 대비 60% 가까이 올랐다는 게 이 지역 관계자 설명이다.

상하이 부동산컨설팅업체 로렌 리 대표는 “시 외곽이라 아파트별로 차이는 있지만 지난해 초 ㎡당 1만 위안 수준에서 1만6000∼1만7000위안 정도로 올랐다고 보면 된다”며 “시 중심에서 투자 수요가 점점 외곽으로 이동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의 고민=실물경기 회복속도를 앞지르는 집값 상승세를 두고 중국 당국도 고심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자산가격 붕괴를 막기 위해 부동산 전매제한 기간을 5년에서 2년으로 낮췄던 조치도 지난달 다시 5년으로 환원했다. 아파트 등 주거지 개발을 위한 토지 매입시 최소 중도금도 매입대금의 50%로 인상해 공급과잉 현상도 조절에 나섰다. 투기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쏠리면서 주택 실수요 이상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문제는 중국 당국의 잇단 조치가 집값 상승심리 자체를 꺾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집값 상승세를 잡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금리를 대폭 올려 이자 부담을 키우는 것이지만 올해 내수시장을 통해 경기회복의 끈을 이어가야 하는 중국 당국의 입장에선 부담스런 조치다. 물가를 갑자기 올릴 경우 자산가격은 물론 물가까지 불안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엄정명 수석연구원은 “올해 중국 정부는 물가 상승과 경제 성장 두 마리 토끼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져 있는 형국”이라며 “이를 인식하고 있는 중국 정부도 주택시장 개입에서도 초강수를 아끼며 자체적인 조절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산가격 폭락 가능성은 낮아=전문가들은 중국 내 자산가격의 일시적 조정 가능성은 있지만 거품붕괴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올해 중국 당국의 개입으로 부동산시장의 가격상승 행진에 제동이 걸리는 것은 물론 출구전략 시행으로 집값 상승속도가 완만해질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모건스탠리 왕칭(王慶)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중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평균 2.5%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예상보다 빨리 경기부양책을 거둬들일 경우 오히려 경기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엄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전년 대비 마이너스대로 내려선 중국의 물가상승률이 4∼5%대로 돌아서는 오는 6월을 전후해 중국의 출구전략이 가시화될 것”이라며 “출구전략 시점과 인플레이션 추세에 따라 중국의 집값 상승세도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상하이=글·사진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