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성장률 4.52%…10명중 8명 “상반기에 금리인상”

입력 2010-01-03 18:16


전문가 10인이 본 한국경제

국내 경제전문가 10명에게 올해 경제 전망에 대한 10가지 질문을 던졌다. 이를 한 문장의 답변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더블딥(이중침체·경기침체 후 반짝 반등하다 다시 침체에 빠지는 현상) 가능성은 적지만 우리 경제의 ‘브레이크 등’에 빨간불을 켜게 할 돌발변수는 많다.”

올해 우리 경제가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답변은 전무했다. 6명은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했고, 나머지는 ‘세계경제가 급속도로 나빠진다면’이란 전제를 달고 ‘배제할 수 없다’ 정도였다.

그렇다면 올해 우리 경제는 정부가 예상한 5% 경제 성장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은 것일까.

전문가들의 대답은 ‘NO’였다. 10명이 전망한 올해 성장률은 평균 4.52%로 정부 전망치보다 0.48% 포인트 낮았다. 국제통화기금(IMF) 예상치(4.5%)보다는 소폭 높았다.

국내 및 세계 경제의 불안요인을 묻자 전문가들의 답변이 길어졌다.

“출구전략이 문제다. 미국 등 선진국들이 잘해야 하는데 잘못하면 전 세계 경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권순우 실장)

“중국 변수가 크다. 올해 중국이 다소 긴축적으로 돌아설 것이고 우리 수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오상훈 센터장)

환율이 우리 경제의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정영훈 센터장은 “지난해 우리 기업의 실적 서프라이즈는 환율 효과가 컸다”며 “올해 환율이 (우리에게) 비우호적으로 되고 글로벌 경쟁기업들이 다시 전열을 가다듬어 덤빌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올 경제 핵심 키워드인 출구전략 시행과 관련,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대부분 일치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한결같이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전문가 10명 중 8명은 본격적인 출구전략 시행을 의미하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상반기에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오문석 실장은 “미국은 하반기에나 이뤄지겠지만 우리는 미국에 비해 경기회복세가 빠른 만큼 2분기에 단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준경 교수는 “이미 적정 시기가 지났다”며 “물가와 경기 과잉 우려가 싹트고 있는 상황에서 1분기에는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가와 환율, 물가 전망 중 가장 걱정되는 것은 역시 유가였다. 10명 중 6명이 올해 유가가 80달러 이상 유지될 것으로 봤다. 반면 물가는 정부 목표치인 3% 내외를 유지할 것이라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김현욱 선임연구위원은 “세계 경기가 좋아지면서 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당장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위협요인”이라고 밝혔다. 문기훈 센터장도 “물가는 2%대로 안정되겠지만 변수는 유가”라고 말했다.

가계부채 문제는 예상과 달리 심각하지 않다는 의견(9명)이 다수였다. 미국과 달리 주택담보대출 등 대부분이 담보화돼 있고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사전 규제가 잘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마지막으로 출구전략, 중국 경제 움직임, 유가 불안 가능성, 세계 금융시장 안정 등 다양한 변수가 등장할 올 한 해 우리 경제가 순항하기 위한 1순위 정책을 물었다.

적절한 출구전략 시행과 일자리 창출 정책이 각각 3명으로 공동 1위를 차지했다. KDI 원장을 지낸 현정택 교수는 “정부가 월급을 주는 일자리 대책은 이제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지난해는 정부가 억지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지만 올해는 이를 어떻게 민간에 효율적으로 맡겨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이성규 김정현 김아진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