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라운지] 오바마 위기관리력 놓고 설왕설래
입력 2010-01-03 18:49
성탄절부터 연말에 걸쳐 미국을 강타한 항공기 테러 기도와 중앙정보국(CIA) 아프간 지부 자살폭탄 테러로 워싱턴 정가는 미묘하고도 치열한 정치게임이 한창이다. 정치게임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휴가와 위기관리 능력에 관한 것이다.
두 건의 테러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4일부터 시작된 대통령의 휴가는 단축되지 않았다. 그는 예정대로 4일(현지시간) 백악관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미국 정치권이나 여론은 대통령의 긴 휴가에 관대한 편이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상황은 좀 다르다. 테러범이 좀 더 치밀했더라면 미 본토에서 또다시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뻔했다.
또 테러분자 제거 임무를 수행 중인 CIA 대테러요원들이 기지 안에서 오히려 공격을 당해 7명이나 목숨을 잃었다. CIA 역사상 손에 꼽히는 참사다.
공화당과 보수 진영은 일제히 오바마 대통령의 위기관리 리더십과 느슨한 안보 감각을 난타했다. 당연히 휴가 취소도 요구했다. 뉴욕 타임스는 칼럼을 통해 “당장 골프 코스에서 나와 공항(보안시스템)을 고치라”고 오바마 대통령을 몰아세웠다. 그러자 성탄절 테러 기도 이후 3일 동안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았던 백악관은 대통령의 위기관리 능력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테러에 대한 입장을 내보냈다. 30일에는 리언 파네타 CIA 국장과 자폭 테러 대응방안을 논의했으며, 31일에는 항공기 테러 기도 사건과 관련한 국가대테러센터 브리핑을 들었다. 집무실이건 휴가지이건 24시간 안보 현안을 챙기는 오바마 대통령의 위기관리 능력을 인식시켜줄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한 듯하다.
휴가지에서도 대통령 옆에 있는 데니스 맥도너 국가안보회의(NSC) 비서실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안보보좌진에게 “이런 것을 하면 어떠할까” “최근 상황은 뭔가” “우리가 더 할 수 있는 게 뭔가”라고 끊임없이 챙기고 있다고 전했다. 연말연시를 맞아 2∼3일 잠깐 쉬었던 보수 진영의 안보 공세는 주초에 다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이 워싱턴 복귀 후 내놓는 대응방안에 따라 그의 위기관리 능력 점수가 매겨질 것 같다.
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