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원 사퇴’ 불똥 정치권으로 비화 조짐

입력 2010-01-03 18:14


야당·시민단체, 금융당국 권한 오남용 조사 촉구

강정원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의 전격 사퇴와 관련, 금융감독 당국의 권한 오·남용 문제가 정치권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가 정치권과 감사원은 관치금융 실태 조사에 착수하라고 촉구하고 나섰고 민주당 등 야당에서도 권한 행사의 정당성 여부에 대한 조사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KB금융 이외의 금융지주사들도 3월 주총 등을 앞두고 최고경영진 인사에 불똥이 튈까 불안해하고 있다.

◇“명백한 금융회사 인사권 개입”=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은 3일 “이번 사태의 본질은 법령과 개별 금융회사의 정관에 규정된 대로 적법하게 선출된 임원에 대해 금융감독 당국이 감독권을 남용해 인사에 개입한 것”이라며 “금융당국이나 정부의 자정능력이 한계에 이른 만큼 정치권과 감사원에서 강 회장 내정자의 사퇴 배경을 밝히고 관련자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회사의 경영실태 내지 임원의 적격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권의 발동을 넘어 다른 목적을 위해 감독 권한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명백한 관치금융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정무위 박선숙(민주당) 의원은 “금융감독 당국이 권한을 남용해 개별 금융회사의 인사권에 개입한 성격이 짙다”며 “국회가 개회하는 대로 정무위 전체회의를 열어 관련 자료를 제출받고 국회 청문 절차를 진행하도록 다른 의원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큰 사안인 만큼 사실관계에 대해 확인이 필요하다는 점에 정무위 내 다른 의원들도 별 이견이 없다”며 “국회 차원에서 사실 규명이 안 될 경우에 한해 외부 기관에 조사를 의뢰하는 등의 절차를 밟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덧붙였다.

◇은행 사외이사 임기 최대 5년=관치금융 논란과는 별도로 KB금융지주 사태의 빌미가 됐던 은행 사외이사제도 개편 방안이 조만간 확정된다.

은행연합회는 최근 은행 사외이사의 기본 임기를 2년으로 늘리되 연임을 해도 최장 5년까지만 제한하고 다른 금융회사 사외이사 겸직은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의 금융지주사 사외이사제 개선 방안을 마련, 금융사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대부분 1년인 사외이사 임기를 2년으로 늘려 사외이사가 연임 문제로 경영진의 눈치를 보지 않도록 했다. KB지주(3년)와 외환은행(2년)을 제외하고 대부분 은행 및 은행지주 사외이사는 임기가 1년으로 연임 과정에서 독립성 저해 우려가 있었다.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원칙적으로 대표이사(CEO)와 이사회 의장도 분리된다. 다만 사외이사의 집단권력화와 경영진 유착을 방지하기 위해 5년 이상 연임하지는 못하게 했다. 또 사외이사들의 임기가 통상 3년인 CEO 임기와 한꺼번에 겹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임기 5년을 기준으로 매년 5분의 1 내외의 임기가 도래하도록 하는 ‘시차임기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사외이사 선임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배병우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