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라동철] 인세 기부

입력 2010-01-03 19:19

‘바람의 딸’ 한비야씨가 지난달 국제 민간 구호단체 월드비전에 인세(印稅) 1억원을 기부했다. 지난해 독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던 에세이집 ‘그건, 사랑이었네’의 인세 일부를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선한 사업에 내놓은 것이다.

인세는 출판사나 발행자가 책 판매 부수에 따라 저자나 저작권자에게 지불하는 돈이다. 저작물을 이용한 것에 대한 대가로 로열티와 비슷한 개념이다. 인세율은 저자의 지명도, 책의 종류 등에 따라 출판사와 저자가 협의해 결정하지만 책값의 10% 안팎이 일반적이다.

한씨처럼 거액은 아니지만 인세 수입의 일부 또는 전부를 시민단체나 사회복지법인, 구호단체 등에 기부하는 문화가 번져가고 있다.

여행 작가 오소희씨는 아프리카 여행기 ‘하쿠나 마타타, 우리 같이 춤출래’의 인세를, 배우 김혜자씨는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의 인세를 월드비전에 기부하고 있다. 허미애 중앙대 교수도 ‘유아교사를 위한 이야기 나누기의 이론과 실제’의 인세를 월드비전에 후원했다.

탤런트 김현주씨도 최근 출간한 에세이집 ‘현주의 손으로 짓는 이야기’의 인세 1%를 국제구호개발 NGO인 굿네이버스의 굿바이 캠페인에 기부했고, 배우 최강희씨는 포토 에세이 ‘사소한 아이의 소소한 행복’의 인세를 미혼모나 환경 단체에 지원하고 있다.

비영리공익재단인 아름다운재단이 2001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인세 기부 프로그램 ‘나눔의 책’에도 많은 이들이 참여하고 있다. 신경숙씨는 장편소설 ‘바이올렛’부터 시작해 9년째 꾸준히 인세 수입의 1%를 재단에 기부한다. ‘엄마를 부탁해’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 기부액만 1000만원 가까이 된다고 한다. 만화가 박광수 허영만, 시인 김용택 안도현 도종환, 연극인 손숙씨와 차병직 변호사,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도 인세를 기부한 이들이다.

기부자 명단에는 대학생, 학자, 기업인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일반 저자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인세 기부와는 별개로 책 판매 수익의 일부를 후원하는 출판사들도 있다. 현재 ‘나눔의 책’에는 책 188권의 저자와 31개 출판사가 동참하고 있다. 이들이 지난해 기부한 금액은 총 5500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아름답지 않은 기부는 없다. 특히 인세 기부는 저자와 독자가 함께하는 기부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독자는 책을 통해 마음의 양식을 얻고, 저자는 독자들의 사랑을 사회에 되갚는 인세 기부 문화가 새해에는 더 활성화됐으면 좋겠다.

라동철 차장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