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건강경영,뱃살부터 정리해고… 허리띠 한칸만 줄여도 수명 3년 연장
입력 2010-01-03 17:55
안 과장 부부는 고슴도치를 닮았다. 사랑하지만 자신의 몸에 돋은 가시가 사랑하는 이의 몸에 생채기를 낼까봐 제대로 안아주지도 못하는 슬프고도 슬픈 운명을 가진 고슴도치…. 안 과장 부부의 문제는 가시가 아니라 불룩한 배였다.
지고는 못사는 성격의 두 사람은 지난해 가을 사내 체육대회에서 큰 망신을 당했다. ‘부부애 다지기 게임’에서 꼴찌를 한 것이다. 풍선 터뜨리기 게임에서는 아주 힘들게 가슴이 아닌 배로 풍선을 터뜨리고, 빼빼로 먹기 게임에서는 가장 길게 남겼다. 불룩한 배 때문에 서로를 힘껏 안아 주고 싶어도 ‘가까이 하기에 너무 먼 당신’이 되어 버렸다.
당신은 혹시 또 다른 안 과장 부부가 아닌지? 맞다면 연초부터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 보자. 운동 부족과 영양과잉, 음주, 흡연, 스트레스 등으로 늘어만 가는 뱃살을 줄여보자는 얘기다. 우리 몸 구석구석에 있는 지방 중 가장 위험한 것이 바로 복부 지방이다. 우스갯소리로 ‘인격’ 혹은 ‘나잇살’로도 불리지만 방치하면 ‘침묵의 살인자’로 돌변할 수 있다. 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박경희 교수는 “복부 지방은 평소에는 뱃속 깊숙이 내장 사이사이에 숨어 있다가 어느 때가 되면 혈관 속으로 흘러들어가 당뇨병과 고혈압, 동맥경화 같은 각종 대사성 질환을 일으키고 심근경색, 뇌졸중 등으로 이어져 돌연사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복부 비만은 일반 비만 측정법인 체질량 지수(BMI)가 아니라 ‘허리와 엉덩이 비율(WHR)’로 판단한다. 즉 겉으로 보기에 뚱뚱하지 않아도 허리 둘레(배꼽에서 2㎝ 정도 아래)를 엉덩이 둘레(최대 돌출 부위)로 나눴을 때 수치가 남자 0.9, 여자 0.85가 넘으면 당장 뱃살과의 전쟁을 시작해야 한다. 남녀 각각 1.0, 0.9 이상이면 꼭 비만 치료를 받아야 한다. 허리 둘레로만 본다면 남자는 90㎝(36인치), 여자는 85㎝(34인치) 이상이면 위험하다.
정상 체중이어도 허리 둘레가 기준치 이상이면 합병증 발생 위험이 훨씬 높아지는 만큼, 허리 둘레를 따로 측정해 기준치 이하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허리·엉덩이 비율이 0.1씩 높아질 때마다 사망 위험도는 무려 40% 높아진다. 반면 허리띠를 한 칸(1인치)만 줄이면 평균 수명은 3년 연장되고, 산뜻한 체형으로 변해 신체 나이는 5년이 젊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