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 경영권 최대 5년 보장… 기간 내 정상화 실패하면 경영권 내놔야
입력 2010-01-01 00:39
금호아시아나그룹(금호그룹)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5년 내에 정상화시키지 못하면 경영권을 상실할 것으로 보인다. 금호그룹은 연초부터 임직원 감원과 조직개편, 유휴자산 매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금호그룹 채권단은 31일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대한 채권단의 출자전환 이후 대주주가 채권단으로 변경되더라도 최대 5년간 경영권을 보장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이 기간 경영 정상화를 이루지 못할 경우 경영권을 박탈할 방침이다.
또 자율 구조조정 대상인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 역시 5년간 경영권을 보장해주기로 했다. 박삼구 명예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금호석유화학을 비롯한 계열사 주식 전체 처분권을 채권단에 넘겼으나 채권단은 5년간 처분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채권단은 금호그룹에 경영권을 보장해주는 대신 인력감축 및 조직개편, 유휴자산 매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키로 했다. 이와 관련, 금융권에서는 조만간 단행될 그룹 전체 인사에서 임원의 20% 이상을 감축할 것이라는 설이 흘러나온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인력 감축 등 구체적인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서 채권단과 논의한 바 없다”고 말했다.
임원 이하 일반 직원 감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호산업 건설부문이 지난 11월 초부터 12월 17일까지 명예퇴직 신청을 받은 데 이어 주요 계열사별로 명예퇴직 신청을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명예회장은 워크아웃 신청 결정 후 “겸허한 자세로 위기를 극복하자”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박 명예회장은 전날 채권단과 워크아웃 신청을 주 내용으로 하는 경영 정상화 방안을 마련한 후 소집된 임원 회의에서 “내부적으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외부적으로 획기적인 수익을 창출해 그룹 경영 정상화를 앞당기자”고 강조했다.
한편 대우증권 등 대우건설 재무적 투자자들은 일제히 풋백옵션(주식 등 자산을 되팔 수 있는 권리)을 행사했다. 재무적 투자자들이 보유한 풋백옵션은 모두 4조2000억원에 달한다. 대우건설 풋백옵션 투자자들은 12월 14일 금호산업과 풋백옵션 행사시기를 한 달간 연기해주면서 워크아웃 개시 결정 등의 사안이 발생하면 풋백옵션이 자동 행사되도록 합의했다.
산업은행과 칸서스자산운용 사모펀드도 이날 금호생명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은 보유한 금호생명 지분을 각각 733억원과 452억원어치 처분하는 대신 산은-칸서스 사모펀드에 일정액을 출자했다. 금호석유화학은 488억원, 아시아나항공은 301억원을 각각 출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