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떠난 아들도 시름 덜었을 것” 용산참사 순직 김남훈 경사 부모 1년 흘린 눈물 닦아

입력 2010-01-01 00:37


“고맙습니다. 올해를 넘기면 어쩌나 하고 마음이 무척 아팠습니다. 용산참사가 해결돼 다행입니다.”



용산참사 현장에서 지난 1월 순직한 김남훈 경사의 아버지 김권찬(63)씨는 한결 편안한 표정이었다. 용산참사로 희생된 철거민 유족과 정부, 재개발조합이 전격적으로 협상을 타결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봉사단은 용산참사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다음날인 31일 서울 신림동에 있는 김 경사 집을 찾아 위로의 뜻과 함께 500만원을 전달했다. 김씨는 1년 가까이 가슴으로 흘렸던 눈물을 거두었다.

김 경사의 방은 생전에 김 경사가 드나들던 그대로였다. 벽에는 김 경사가 입던 30여 벌의 옷이 걸려 있었다. 경찰 정복, 교통경찰용 우의도 눈에 띄었다. 경찰복을 쓰다듬던 김씨는 “(사고 이후) 아내가 경찰복을 보고 많이 울어서 일부를 태우고 감췄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아내가 ‘아들이 없어졌다’며 울어서 다시 걸어 뒀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아들이 경호자격증, 해상구조자격증 등을 땄는데 이를 보관해 두고 있다. 얼굴이 새겨진 자격증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졌다. 하지만 이제는 하늘나라로 떠난 우리 아들도 한시름을 놓았을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김 경사의 어머니 최정숙(59)씨는 사랑하는 아들을 가슴에 묻은 뒤 병원을 다니며 우울증을 치료하고 있다. 김씨는 “아내가 우울증에 걸려 사람을 만나지도 못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씨는 사고 후 20년째 해 오던 택시운전을 그만두고 집에서 최씨를 돌보고 있다. 최씨는 이날 병원에 가기 전 “목사님이 오시면 기도를 많이 해 달라고 부탁하라”고 말했다. 전달된 위로금은 최씨의 병원 치료비로 쓰이게 된다.

한국교회봉사단 대표회장 김삼환(64) 목사는 “철거민과 경찰의 아픔은 같다는 생각으로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한국교회봉사단은 용산참사 보상금 협상에서 서울시와 용산참사범국민대책위원회의 중재자로 활약했다. 김 목사는 “사회의 극한 대립과 폭력이 이런 고통을 낳았다. 한 해는 이렇게 보내지만 내년은 좋은 일만 가득할 것”이라며 김씨의 손을 굳게 잡았다.

김씨는 “이제는 화해를 생각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씨는 “철거민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용산참사 희생자의 유족”이라며 “9일에 있을 철거민 희생자들의 장례식에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경찰특공대 소속이었던 김 경사는 용산참사 현장에서 진압작전에 투입됐다가 불이 난 망루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순직했다. 김 경사는 국립현충원에 안장됐다.

한편 범대위는 1월 9일 열리는 철거민 희생자 5명의 장례식이 최대 1만여명의 장례위원이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로 치러진다고 31일 밝혔다. 장례위원 자격은 장례식 참여를 희망하는 누구나 가능하며 가입 조건으로 1만원을 내면 된다. 범대위는 희생자 5명을 안장할 장지로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