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美비밀기지 자폭테러… CIA요원 8명 사망 ‘충격’
입력 2010-01-01 00:37
아프가니스탄에서 미 중앙정보국(CIA) 직원 8명을 비롯한 다수의 민간인이 자살폭탄 테러로 희생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성탄절 미 여객기 테러기도 사건에 대한 무기력한 대처에 이어 아프간 내 CIA 비밀기지의 허술한 보안까지 도마에 오르면서 CIA를 더욱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31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파키스탄과 접경한 아프간 동부 코스트주(州)의 채프먼 전초기지(FOB) 내부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 CIA 요원과 용역직원 8명을 포함해 다수의 민간인이 사망했다.
테러범은 이날 검문 초소까지 통과한 후 기지 내 헬스장에서 조끼에 장착한 폭탄을 터뜨린 것으로 전해졌다. CIA 역사상 1983년 베이루트 대사관 폭파 사건으로 12명이 희생된 이래 최대 피해 규모다. 탈레반은 31일 현지어 웹사이트를 통해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혀 추가 테러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
파키스탄과 인접한 채프먼 기지는 당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새 아프간 전략에 따라 재건 업무를 수행하는 지방재건팀(PRT) 기지로 알려졌었다. 2001년 개전 후 최다 CIA 직원이 사망한 이번 테러 사건으로 인해 이 기지가 CIA의 비밀기지였음이 밝혀진 셈이다. 특히 이 기지는 CIA의 주요 거점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아프간 내 정보 수집은 물론 국경 너머 파키스탄 부족 지역에 대한 무인기 공격에 관여하는 CIA 비밀기지의 경비가 테러범에 의해 유린당했다는 점이다.
CIA 고위 관리들도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 어떻게 자살폭탄 테러범이 검색대를 통과할 수 있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LAT는 전했다.
이번 사건으로 CIA의 보안 능력에 대한 비판과 함께 현지 업무의 위험성이 부각되면서 최근 아프간 내에서 활동 반경을 넓혀온 CIA의 움직임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달 초 아프간 증파를 결정한 오바마 대통령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