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재래시장 “소방차 길 터줍시다”

입력 2009-12-28 20:55


강추위 속에 화재가 잇따르면서 부산지역 재래시장 상인들이 신속한 화재진압을 돕기 위해 ‘소방차 길 터주기’ 운동에 나서고 있다.

28일 부산시소방본부에 따르면 부산지역 재래시장 상인들은 화재 발생시 소방차들의 신속한 출동을 도와주기 위해 이 운동을 시작했다.

이 운동은 지난달 실탄사격장 화재 참사를 겪은 부산 신창동 국제시장 상인들이 주축이 돼 시작됐다. 국제시장 상인들은 화재 당시 소방차량이 50m 진입하는데 20여분이 걸린 사실을 중부소방서로부터 확인한 뒤 이 운동에 가장 먼저 뛰어들었다.

최근 부산 중부소방서가 국제시장 내 옷가게 밀집지역인 청춘의 거리와 아리랑거리 일대에서 경찰, 구청 등과 소방차 진입 소요시간을 점검한 결과 2.8t 소방차가 폭 3.7m 길이 380m 도로를 진행하는데 15분이나 걸렸다. 도로 한복판에 노점상들이 자리 잡고 있었고 도로 양 옆 상점의 가판대도 1m 이상 튀어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소방도로였다면 1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다.

이에 따라 상인들은 ‘상인 스스로 안전하고 쾌적한 재래시장을 조성하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소방차 길 터주기’ 운동과 함께 점포마다 소화기 구비하기, 점포 자체 안전점검 실시, 비상구 확보 등 화재예방 활동을 지속적으로 벌여 나가기로 했다.

특히 소방차에 길을 터주기 위해 상인 68명으로 구성된 119길라잡이들도 뽑았다. 이들은 화재가 발생할 경우 도로에 튀어나온 가판대를 정리하고 소방대원들에게 길안내를 하는 등 소방 통로 확보 및 소방 안전활동을 담당하게 된다.

길라잡이에 위촉된 이모(58)씨는 “우리의 삶의 터전을 스스로 지킨다는 각오로 지속적으로 소방훈련과 홍보 캠페인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부산시소방본부는 국제시장에서 시작된 이 운동이 부산지역 50여개 전 재래시장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