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승신] 금융소비자보호원 필요한가

입력 2009-12-16 18:04


현대사회에서는 금융소비가 매우 중요한 이슈이다. 우리는 세상에 태어나기 전부터 보험에 가입하고, 어릴 때부터 용돈을 쓰고 그것을 모아 저축하는 방법을 익힌다. 성인이 되면 합리적인 화폐사용뿐 아니라 신용카드를 사용하며 현금서비스나 대출서비스 등 다양한 금융소비생활을 한다. 그리고 노년에는 연금보험이나 역모기지 등의 금융상품을 이용한다.



금융상품의 세분화, 전문화, 판매채널 다양화 등으로 소비자들은 금융서비스 선택에 점점 더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이러한 금융시장의 특성 때문에 소비자의 불만이나 피해가 늘어난다. 이와 관련된 소비자보호의 필요성이나 금융소비자교육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금융소비자의 고충과 관련하여 정부가 나서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하며 다행스러운 일이다. 국회 등에서 새로운 공공기관의 설립을 통해 금융소비자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금융서비스 선택 날로 어려워져

일본은 기관을 신설하기보다 법률을 제·개정하여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고 있다. 90년대 버블경제의 붕괴로 대량 발생하였던 변액보험의 불완전 판매계약을 체결한 소비자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약취소가 보다 용이한 ‘소비자계약법’을 제정하였고, 금융상품의 불완전 판매 증명책임을 금융사업자가 지도록 하는 ‘금융상품판매법’을 제정하여 대처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금융서비스시장법을 통해 금융사업자에게 설명의무와 적합성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위반하면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미국도 오바마 행정부가 지난 6월 17일 발표한 금융규제개편안에 의하면 금융소비자보호기관 신설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기관의 역할은 감독기구이지 금융 분쟁 조정중재의 역할은 부여되고 있지 않다. 또한 관련 정부부처 간 기능 통합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 금융소비자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급증하는 소비자피해로 대부업 등 사금융 문제, 현금서비스 수수료 문제, 금융정보 공개 문제, 예대금리차 문제, 보험금의 부당한 지급거절 문제 등이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금융소비자 문제의 현안을 먼저 살펴서 관련 법규나 제도를 먼저 정비했으면 한다. 금융기관에 비해 금융소비자들의 열악한 위치, 그리고 불완전거래의 위험성에서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행정적 규제와 민사적 규제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의 정비가 우선되어야 한다. 즉, 금융소비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금융소비자 민원시스템의 구축 및 소비자가 입은 피해를 정당하게 보상받을 수 있는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이러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시스템과 제도를 운영하기에 마땅한 기관은 없는지, 그러한 조직이 있다면 해당 기관을 활용함에 따른 효과와 비용이 어떤지,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등을 철저하게 따져 보아야 한다. 현재 국회 등에서 추진되고 있는 새로운 공공기관의 설립을 통해 금융소비자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방안을 다시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기관의 설립보다는 관련 법규나 제도상 문제는 없는지 먼저 검토하고 분석하는 일이 급선무다.

조직보다 법제 정비 우선돼야

필자는 소비자보호, 특히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정책은 적극 찬성한다. 하지만 유사 기능을 하고 있는 한국소비자원이나 금융감독원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새 기관을 만들기보다는 기존 조직에 인력·예산을 추가해 소비자의 금융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정책이 아닌지 효율성과 생산성을 강조하는 냉철한 시장분석이 필요하다. 그만큼 국민인 소비자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 아닌가?

무엇보다 금융서비스나 금융기관을 이용하는 소비자를 위해서는 새 조직보다는 소비자보호에 직접적인 효과를 미치는 관련 법규나 제도 등의 정비가 선행되어야 한다. 새로 구입하거나 만들어 사용하기보다 쓸 수 있는 것을 재활용하는 녹색소비가 녹색성장을 통한 국가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은 아닐까?

이승신(건국대 교수·소비자정보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