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윤창현] 감세정책 기조 유지해야

입력 2009-11-29 19:41


국민경제를 이끌어가는 두 주체는 기업과 가계이다. 생산물시장과 요소시장에서 기업과 가계는 서로 공급자와 수요자가 되어 생산물과 노동을 교환하면서 근로소득과 법인소득을 창출한다. 그리고 정부는 여기에 세금을 매긴다. 근로소득세와 법인소득세는 세금을 구성하는 두 기둥이다. 조세징수에는 형평의 원칙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와 함께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 효율의 원칙이다. 형평도 중요하지만 세금이 경제주체의 경제활동에서 작동하는 유인체계 곧 인센티브체계를 좌지우지하는 부분이 세심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다. 지나치게 높은 세율이 기업의 투자유인이나 개인의 근로의욕을 저하시킬 수 있음을 잘 지적한 것이 공급중시경제학이었다. 레이건 정부는 세율을 낮추는 감세정책이 근로와 투자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음을 지적하여 집권하였다. 평가가 일부 엇갈리기는 하지만 크게 보아 그의 정책이 투자의욕을 고취시키고 월스트리트를 중심으로 한 금융산업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근소·법인세 인하는 세계 추세

그런가 하면 최근 독일의 움직임도 흥미롭다. 여성 총리로서 인기를 끌면서 재집권에 성공한 메르켈은 감세정책을 적절하게 활용한 예로 지적된다. 메르켈은 한때 40%에 가까웠던 독일의 법인세율을 30% 이하로 인하하였고 이러한 친기업적 정책이 독일의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데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메르켈은 최근에도 2010년에 법인세와 소득세를 합쳐 220억 유로의 세금인하를 단행할 것을 천명하였다. 재정은 단기적으로 악화되지만 중장기적으로 이러한 감세정책이 독일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IMF의 지적도 비슷하다. 지금 전 세계 국가는 소위 팽창적 재정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팽창적 정책에는 정부가 지출을 늘리는 방법과 세금을 감면하여 적게 거두는 방법이 있다. IMF는 지출확대와 감세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한 가지만 시행할 경우 감세가 보다 나을 수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더구나 법인세의 경우를 보면 많은 나라들이 법인세를 인하하는 추세다. 일자리를 만들려면 기업이 필요하고 기업을 하나라도 더 유치하려면 세율을 인하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한 탓이다. 대만은 최근 25%였던 법인세를 20%까지 인하하기로 하였고 싱가포르는 17%, 홍콩은 16.5%까지 법인세를 인하하였다. 아일랜드는 위기를 맞아 어려운데도 12.5%의 법인세율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화시대에 법인들은 각종 입지조건을 고려하여 발로 하는 투표를 시행한다. 종합적인 판단을 거쳐 가장 유리한 국가에 법인을 설립하는 것이다. 법인들이 들어와 일자리를 많이 만들수록 법인소득과 근로소득이 창출되고 정부는 이 두 소득 모두에 대해 세금을 거두게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제 위기국면을 견디면서 우리 기업들은 점점 더 다국적 기업화 하고 있다. 이들이 지금은 국내에 입지하고 있지만 그럴수록 이들 기업이 국내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고객이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영업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시키려는 노력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법인세 문제도 바로 이러한 기업의 영업환경개선 노력의 일환으로 파악되어야 한다.

효과는 시간 두고 나타날 것

최근 감세정책을 재고하자는 지적이 나오는 등 매우 우려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기업들의 소중함을 인정하면서 기업들의 활동 영역을 늘려주어도 시원찮은 상황에서 이에 역행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감세정책은 효과가 나타나는데 원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조바심하지 말고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약의 효과는 당장 나타나지 않을지 모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경제의 기초체력을 증대시키게 될 것이다. 조세제도의 글로벌 추세와 경제의 기초체력 증대를 위해 감세정책기조를 유지하면서 꾸준하게 실행해나갈 때다.

윤창현(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