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한형서] 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해야
입력 2009-11-24 14:23
고대 그리스 민주주의는 직접 민주주의 형태로 시민참여와 개인의 자유를 표출할 수 있는 민주주의 사상적 이념을 제공하였다. 독일의 막스 베버는 현대사회에서 시민계층의 정치적 미성숙을 국가발전의 위협적인 요소로 보고, 상위계층에 의한 일방적인 의사결정의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따라서 법의 제정은 백성의 뜻에 따라 제도개선을 하는 것이 당연하며, 입법부는 국민의 위임을 받은 대리인이기 때문에 대다수 여론을 직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법의 존재도 지역주민의 권익과 이익을 위해 있는 것이지 정당이나 정치인을 위해 존재해서는 안 된다. 물론 그 나라 정치권력의 형태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혹은 권력자의 철학과도 연계될 수 있다. 그러나 내년에 실시될 지방선거의 문제점은 없는지, 즉 지방선거에 있어서 정당공천제가 지역주민의 의사와 지방자치발전에 부합하는지 다시 한번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할 때이다.
내년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정당공천제에 대한 논란이 다시 정치권과 학계 등에서 제기되고 있다. 1994년 3월 지방선거법이 개정되면서 기초자치단체의 장과 광역의원 후보자에서 정당공천제를 허용하되, 기초의회의 경우는 정당공천을 배제하였다. 그러나 2005년 공직선거법 제 47조의 개정에 따라 기초의회의 의원 후보자도 정당공천이 허용됐다. 정당공천제는 보는 시각에 따라 찬반논란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정당공천제를 찬성하는 쪽은 중앙정치와 지방정책의 연계로 책임정치실현, 정당민주주의 실현, 유능한 정치인을 중앙정치에 진출할 수 있는 정치교육의 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하는 입장은 지금까지 부작용으로 나타난 중앙정치의 지배, 공천비리, 고비용 지방선거 등으로 현실정치의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독일의 경우를 보면 중앙정치가 지방정치에 상당히 관여하고 있으나, 지방자치의 정착과 성숙한 주민의식으로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지금 한국지방자치 문제는 2005년 개정된 지방선거 정당공천제가 대다수 유권자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정치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지방선거법이 개정되면서 지역일꾼을 뽑는 기초의원까지 중앙정치가 간여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이미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에 예속되고 있으며 공천비리, 고비용 선거문화 등의 부작용을 경험하였다. 지금과 같이 지방선거에 중앙정치의 간여는 풀뿌리 민주주의, 지방정치 및 민주시민교육의 장, 유급제의 취지 등에 맞지 않다. 또한 지방선거가 유능하고 능력 있는 지역일꾼을 뽑는 것이 아니라 중앙정치인에 충성하는 인물을 공천함으로써 중앙정치의 영향력을 강화하게 된다.
현재와 같은 선거제도 하에서는 지방선거에 출마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중앙으로부터 공천을 받기 위해 지역구 현역 국회의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이것은 후보자의 역량과 재능에 관계없이 정당의 기여도와 충성도 혹은 현역 지역구 정치인의 영향력에 따라 후보자가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지역주민들의 정치적 의식수준이 낮은 상황에서 지방자치의 정착을 위해 가능한 한 중앙당이나 현역 정치인의 간섭을 받지 않고 유능하고 능력 있는 지역일꾼을 뽑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지방자치의 발전을 위해서는 중앙당과 정치인의 가치관 변화 및 제도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아직 지역주민들의 정치적 수준이나 정책정당이 모호한 상태에서 중앙당과 지역 정치인이 지방선거에 관여하게 된다면 유권자가 지역의 일꾼을 뽑는 것이 아니라 중앙정당의 지지를 받는 지방정치인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선거는 바로 중앙정치에 종속될 수밖에 없으며, 풀뿌리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부작용만 초래하게 된다.
앞으로 한국 지방정치의 발전은 중앙정치의 틀에서 벗어나 순수한 지역의 일꾼과 봉사자를 뽑을 수 있도록 제도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지방선거는 각 정당의 이해관계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의 민주화, 풀뿌리민주주의 정착, 지역일꾼을 뽑는 민주주의 축제로 발전시켜야 하며, 정당공천제는 폐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형서(한양대학교 정부혁신연구소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