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혼혈아동에 희망 메신저… 국제 구호 NGO ‘메신저 인터내셔널’ 김명기 사무총장

입력 2009-11-18 17:51


한국인의 피가 흐르지만 한국으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들이 있다. ‘라이따이한’(베트남), ‘코피노’(필리핀) 등으로 불리는 이들은 아버지가 떠난 뒤 어머니의 나라에도 뿌리내리지 못한 채 ‘어린 이방인’으로 살아간다. 국제 구호 NGO ‘메신저 인터내셔널’은 이런 한국계 혼혈아동들에게 보살핌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18일 서울 광장동 메신저 사무실에서 이 단체 사무총장 김명기 목사(사진)를 만났다. 김 목사는 “한국의 핏줄, 누구보다 한국인이 도와야 하지 않겠나”라며 “이 아이들이 아픈 기억을 치유하고 온전한 하나님의 자녀로 세워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2007년 6월 TV에서 라이따이한의 삶을 다룬 프로그램을 보고 한참을 울었다고 한다. 김 목사는 “하나님이 나를 울컥하게 만드셔서 이 일에 뛰어들 수밖에 없게 하셨다”고 회고했다. 그는 김고광 수표교교회 목사에게 도움을 청했고, 김 목사는 흔쾌히 이사장직을 맡았다. 주변 목회자들도 하나 둘 동참 의사를 밝혔다.

메신저는 지난해 4월 창립총회를 열고 첫발을 내디뎠다. 우선 급한 일은 한국계 혼혈아동의 실태를 파악하고, 메신저를 알리는 일이었다. 김 목사는 필리핀과 베트남 등을 방문, 선교사와 현지인의 도움을 받아 이들을 찾아다녔다. 어렵게 만난 이들은 대부분 차별과 편견 속에서 힘든 삶을 살고 있었다. 한국인 아버지는 사업차 혹은 유학을 왔다가 이들을 낳고는 한국으로 돌아가 버렸다고 했다.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교육’이라고 김 목사는 판단했다. “아이들이 그곳의 어엿한 구성원으로 성장하려면 무조건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엄마들도 자식들이 배워서 가난에서 벗어나길 바란다고 했지요.”

김 목사는 그때부터 결연 후원을 통한 교육비 지원 및 교육시설을 짓는 일에 전력해 왔다. 현재 필리핀 마닐라 인근에는 ‘메신저 코피노센터’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이 센터에는 50∼100명이 머물 수 있는 숙식 시설과 예배당, 도서관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지난달 외교통상부는 메신저 측에 사단법인 인증서를 발급했다. 김 목사는 “정부로부터 공식 인정받았으니 더 열심히 뛸 것”이라며 “그간 교회 안에서만 활동했다면 이제 대 사회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옛 소련권의 고려인, 중남미 지역 애니깽의 후손 등 전 세계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아이들로까지 지원을 확대하고 싶다고 했다.

“예수님이 특별히 사랑하신 아이들은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한국계 혼혈아동 문제가 공론화되고 지원 캠페인도 벌어지면 ‘어글리 코리안’도 줄어들지 않을까요.”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