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면 희열… 허리디스크 달고 살아요”… 독일 세계대회서 우승 비보이 ‘갬블러크루’

입력 2009-11-15 19:18


‘피겨여왕’ 김연아처럼 유명하진 않을지라도, 세계대회에 나가 국위를 선양하며 한국의 이름을 드높이는 팀이 있다. 비보이(B-boy)계의 선두주자 ‘갬블러크루’다.

‘갬블러크루’는 15명으로 이뤄진 팀으로 지난달 독일에서 열린 비보이 대회 ‘배틀오브더이어’에서 러시아의 ‘TOP9’을 제치고 우승했다. 지난해에 이어 2회 연속 우승이다.

‘배틀오브더이어’ 무대를 배경으로 세계 각국 비보이들의 애환과 열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플래닛비보이’가 최근 개봉돼 호평을 받으면서 비보이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지난 주 서울 양재동 ‘갬블러크루’ 연습실에서 이들을 만났다. 팀장 박지훈(25)씨가 대표로 인터뷰에 응했다.

“세계대회에서 우승하면 무엇보다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느끼게 되죠. 저희 팀 말고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국 비보이팀이 많아요.”

비보이 전문가들에 따르면 한국은 근 10년 내 비보이 문화가 빠르게 발전한 곳이다. 한국 최고로 꼽히는 ‘갬블러크루’도 결성한 지 7년 밖에 안 됐다.

박 팀장은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았다. 춤을 추다가 무릎 인대가 파열됐기 때문이다. 비보이들은 대부분 허리디스크나 목디스크를 달고 산다.

“허리디스크는 쉬면 낫는 정도냐, 수술 받아야 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가지고 있어요. 다른 분들은 디스크라고 하면 ‘못 걸으면 어쩌나’ 이런 걱정을 하겠지만 저희는 ‘쉬면 춤에 감 떨어지는데…’ 이런 걱정을 해요. 그 정도로 미쳐있으니까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요(웃음).”

유명세를 얻거나 큰 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 몸 상해가며 왜 이렇게 격한 춤을 출까. 인터뷰 동안에도 옆의 연습실에서는 몸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나는 둔탁한 소리가 계속해서 들렸다. “누구나 하나씩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 있잖아요. 저희는 그게 춤이에요. 상대와 춤으로 겨룰 때 느끼는 희열과 긴장도 좋고요. 저희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박 팀장의 최근 고민은 안정적인 수입원 창출이다. 신종플루로 인해 예정됐던 행사들이 대부분 취소되면서 수입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는 “‘비보이가 사랑한 발레리나’같은 류의 댄스컬(댄스+뮤지컬)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보이의 대중화와 안정적인 수입, 이 두 가지에 대한 욕심 때문이죠. ‘비보이는 먹고 살기 힘든 일’이라는 시각을 바꾸고 싶어요.”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