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복 목사 "WCC 총회 앞두고 분열은 어리석은 일"

입력 2009-10-23 16:19


[미션라이프] 거침없었다. 신학자이자 목회자로 45년간 살아온 할렐루야교회 김상복(70) 목사는 아시아인 최초의 세계복음주의연맹(WEA) 회장으로서 한국교회가 좇아야 할 복음주의 노선을 분명히 밝혔다.

“2013년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의 한국 개최를 놓고 소모전을 펼칠 필요가 없어요. 이번 기회에 한국교회는 WCC가 설립 당시의 신앙고백에 맞게 변화될 수 있도록 도우면 어떨까요. 그동안 WCC가 해온 일 가운데 복음주의자들이 이해할 수 없는 게 많았어요. 그렇다고 과거 때문에 미래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불행입니다.”

김 목사는 따라서 GCF(Global Christian Forum) 운동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1996년 WCC 모임에서 제안된 GCF는 ‘삼위일체 하나님을 믿는다’ ‘예수 그리스도의 완전한 신성과 완전한 인성을 믿는다’는 두 가지 전제에 동의하면 기독교로 인정하고 대화의 장을 만들어나가자는 운동이다. 이는 전 세계적인 타 종교의 발흥, 세속주의와 다원주의 득세 등에 공동 대처하기 위해 기독교가 연합전선을 구축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1997년 미국 풀러신학교에서 처음으로 WEA, WCC, 가톨릭 지도자들이 모여 논문을 발표하지 않고 서로 그룹으로 나눠 어떻게 예수님을 믿게 됐는지 신앙고백을 주고받았어요. GCF는 이를 ‘신앙여정’이라고 부르는데요. 30명이 한 그룹이었습니다. 당시 서로에 대해 놀랐어요. 우리 모두가 예수 그리스도를 만났던 적이 있다는 거예요. 교리나 교단은 다르지만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가 된 거죠. 서로의 간증을 통해 마음의 벽을 허물고 형제 및 지체의식을 갖게 됐습니다.”

김 목사는 교회란 처음부터 하나라고 했다. 교회의 머리이신 예수께서 삼위일체의 하나인 것처럼 우리도 하나이고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것. “하나 됨은 교회의 기구적 조직과는 상관없어요. 사람들은 조직이 하나일 때 하나가 실현됐다고 해요. 그런데 그렇지 않아요. 우리가 인정하든 그렇지 않든 기독교인들은 처음부터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가 기구적으로 하나가 되려고 하지 말고 성령께서 이미 하나로 만들어 주신 것을 인정하고 고백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리스천은 국적 성별 나이에 상관없이 이미 하나입니다. 이 믿음을 갖고 한국교회가 서로 사랑하고 협력해 세상을 향해 복음을 전해야 해요.”

모태신앙인인 그는 평양 산정현교회를 어머니의 손을 잡고 다녔다. 거기서 일사각오로 목회하던 주기철 목사에게 순교적 신앙을 전수받았다. 한국전쟁으로 어머니와 생이별한 그는 36년만에 북한에서 다시 만난 어머니에게 들었던 찬송가 376장처럼 남은 생애를 더욱 충성된 종으로 살기를 바라고 있다. “내 평생 소원 이것뿐 주의 일하다가 이 세상 이별하는 날 주 앞에 가리라 꿈같이 헛된 세상일 취할 것 무어냐 이 수고 암만하여도 헛된 것일 뿐일세.”

김 목사는 내년 1월10일 담임목사직을 내려놓게 된다. 26년간의 미국생활을 마치고 귀국, 할렐루야교회를 담임한 지 20년만이다. 타이어를 바꾸듯 은퇴는 또 다른 여정의 시작이라고 했다. 아직 후임 목회자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시간에 묶이지 않고 자신의 은사를 남을 위해 마음껏 쏟는 인생 후반전을 계획하고 있다.

‘목회란 무엇이냐’는 물음에 그는 “예수님이 하신 일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했다. “마태복음 4장 23절과 요한복음 14장 12∼18절을 보면 예수님이 하시다가 (우리를 위해) 두고 가신 하나님의 일을 이어받아 기도와 성령으로 사역을 감당하는 것이라고 돼 있어요. 예수님이 하신 일은 복음 전파, 가르침(말씀교육), 치유사역 등 3가지로 요약할 수 있어요. 예수님은 목회방법도 잘 가르쳐주셨어요. 기도와 성령으로 하라는 것입니다. 교회는 무슨 일을 하든 이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기도와 성령을 통해 구원과 성화, 섬김의 신앙을 삶 속에서 드러내야 하고, 그럴 때 하나님의 뜻이 이 땅에서 이뤄지고 목회도 완성된다는 것이다. 목회자가 자신이 하고 싶은 꿈을 이루려는 것은 결코 목회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김 목사에게 목회자가 된 것을 후회한 적이 없냐고 물었다. “그동안 계속 하나님께 끌려 다녔습니다. 원래 교수가 되고 싶었거든요. 미국에서 19년간 (미국 인디애나신학대, 워싱턴신학대)교수로 있었어요. 그러다가 미국인 교회 두 곳(뉴저지 트렌트교회, 인디애나 갈보리장로교회)에서 목회를 했어요. 볼티모어 벧엘한인교회도 개척했어요. 교수와 목회자의 두 길을 걸어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교수는 제가 원했던 것이었고, 하나님은 저에게 목회를 원하신 것 같아요.”

그는 지도자에 대해 부단한 자기 변혁과 섬김을 주문했다. 기독교인들이 섬기는 데 최고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개인의 변혁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예수님 안에서 최고는 섬기는 자입니다. 너그럽게, 넉넉하게 섬겨야 합니다. 거짓 없는 사랑으로 섬겨야 합니다. 즉 속과 겉이 같아야죠. 일관성과 투명성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비본질에 집착해서는 안 됩니다. 본질적 신앙을 강화하면 자연스럽게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죠.”

김 목사는 또 각자에게 주어진 은사에 감사할 것을 조언했다. “오리 한 마리가 동물학교에서 수업을 받게 됐습니다. 그 오리는 수영은 잘 하지만 잘 날지 못하고 잘 뛰지 못했습니다. 선생님은 방과 후 오리에게 계속 뛰기 연습을 시켰습니다. 그랬더니 그만 다리가 찢어져 잘 하던 수영조차 못하게 됐습니다. 오리는 수영만 잘 하면 됩니다. 독수리를 수영을 못한다고 물에 집어넣었다 꺼냈다 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성남=국민일보 미션라이프 함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