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다.잔잔하되 몽환적이다.투명한 필터를 투과한 노을빛 같다.선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우유빛 스푸마토가 동원됐지만 기법은 어린이들이 지면의 여백을 메우듯 순진스럽다.기하학적 추상의 세계를 견지해온 서승원씨(59·홍익대 교수)가 10년만에 국내 개인전을 갖는다.오는 25일부터 9월 7일까지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1960년대부터 일관되게 추구해온 ‘동시성(同時性)’이라는 주제를 환기하면서 새로운 변신을 모색하는 자리다.
“무정형 속의 정형으로 삶의 관조적 모습을 담아보려 했습니다.작품은 그동안의 기하학적 이미지가 주는 이지적 세계로부터 따뜻한 체온이 감도는 감성적 세계로 이행했지요”
그가 추구하는 ‘동시성’은 화면의 바탕이 공간이 되고 공간이 화면의 바탕으로 읽혀지는 그림이다.그러나 이번에는 동시성의 재료가 되던 사각 단위나 띠들의 병렬과 중첩보다는 표면 자체를 강조했다.표면과 바탕 사이의 틈새를 없애는 방법으로 기하학적 형태의 전복을 꾀한 것이다.
따라서 40여 출품작은 대형 붓으로 정제시킨 모노크롬 바탕에 그레이 블루로 대표되는 중간 색조를 배치하되 일체의 윤곽을 없애 충만한 화면을 꾸미고 있다.노랑에 가까운 흑백의 미묘한 조화와 서정적인 형상은 추상의 깊은 맛을 느끼게 한다.
작가는 김환기 박서보의 계보를 잇는 국내 순수추상미술의 2세대.60년대 중반에 ‘오리진’과 ‘AG’ 그룹을 창립해 기하학적 추상회화를 양식화하는 등 한국 모더니즘의 이론적 기반 구축에 앞장섰다.따라서 이번 서씨의 갤러리 현대 입성은 작가 개인적으로는 중진 대열의 선착을 선언하는 동시에 4·19 세대가 주축이 된 추상 2세대가 화단의 주력으로 등장하는 신호탄으로 읽힌다(02-734-6111).
/손수호기자
아티스트 / 10년만에 개인전 갖는 서승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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