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제조기’ 김수현의 위력은 새 천년에도 유효할 것인가.
그가 집필한 SBS ‘불꽃’(수·목 밤9시55분)은 일단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지난 2일 방송된 첫회에서는 10.7%(TNS미디어코리아의 전국시청률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3일의 2회분에서는 10.1%로 떨어졌다.같은 시간대의 MBC ‘진실’이 강세인데다 대부분 드라마가 초반에 부진을 면치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김수현의 자존심에 흠집을 남긴 것은 틀림없다.
1,2회 방송이 나간후 시청자들의 비평이 SBS 인터넷 게시판에 줄을 이었다.“또 불륜의 삼각관계냐” “이경영과 이영애의 어정쩡한 연기는 완벽한 미스 캐스팅의 결과다” “사랑에 대한 진정한 가치를 탐구한다고 말해놓고선 정작 보여준 것은 불꽃처럼 타오르는 러브신이었다” “언어의 마술사로 불리는 김수현 특유의 뼈있는 한마디가 실종됐다” 등.
각각 결혼할 상대가 있는 남녀가 태국의 관광지에서 우연히 만나 바로 그날밤 격렬한 사랑을 나누는 것으로 막오른 ‘불꽃’은 뜯어보면 다소 비현실적이다.‘금지된 사랑’에 빠진 남녀관계로 복잡한 인간의 심리를 적나라하게 묘사해온 ‘김수현식 드라마‘의 장점은 아무래도 역설적인 현실반영.하지만 30대 성형외과 의사(이경영)와 방송작가(이영애)의 충동적인 사랑은 설득력이 부족했다.
물론 사랑의 한계는 없을 것이다.첫 눈에 반해 곧바로 불꽃같은 사랑을 나누는 경우도 없지는 않을테니까.그러나 ‘불꽃’은 눈빛만 봐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감정이입에 소홀히 하고 남녀의 뜨거운 관계에 지나치게 관심을 쏟다보니 시작부터 애증의 함정에 빠져들고 말았다.이경영과 이영애의 연기가 어딘지 어설프게 보이는 것도 이런 까닭.
김수현의 저력은 좀 더 두고봐야 한다.세상살이에 지친 사람들을 브라운관 앞으로 모이게 하는 그의 힘이 갈수록 위력을 발휘할지.차인표 이영애 이경영 조민수로 이어지는 사각축은 현실이라는 굴레 속에서 보듬고 다듬어져 사랑의 결정체를 제시할 것이라는 작가의 의도.그렇다면 불꽃같은 사랑의 출발은 철저히 계산된 ‘충격요법’인지 모른다.
/이광형 ghlee@kuk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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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불꽃' 시청률 10%대 부진…시청자 비판만 줄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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