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잔다르크’ 구국일생 무대에/극단 민예 13∼22일 연강홀서/파란의 자서전 읽고서 감동/주연 원영애씨 “연극으로…”정정화를 아십니까.21살에 상해로 건너간 뒤 6차례에 걸쳐 국내에 잠입,임시정부 독립운동자금 모집책이자 수송책의 임무를 수행했던 여성독립군.
해방 후 한 일간지에 ‘한국의 잔 다르크’로 기록된 정정화의 구국일생이 연극으로 재조명된다.극단 민예가 오는 13∼22일 서울 연건동 연강홀에서 올리는 무대 ‘아!정정화’.
그의 삶은 처연했다.그러나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행복했다.수원 유수(군수)를 지낸 정주영의 딸로 태어나 대한협회장 김가진의 며느리가 된 여인.
3·1운동 직후 시아버지와 남편이 상해로 망명,일본경찰에 체포돼 옥고를 치르는 와중에서도 임정의 안살림을 맡아 독립운동에 숨은 역할을 하는 등 백범 김구선생과 고락을 같이한 인물이다.
6·25 때 남편이 납북되는 바람에 경찰의 고문을 받기도 했다.훗날 독립운동 활약상을 인정받아 90년 국립묘지에 묻히기는 했으나 중국에 거주하는 외아들 김자동과 헤어져 지낸 쓸쓸한 인생이었다.
그의 인생역정이 무대로 옮겨지기까지에는 정정화 역을 맡은 배우 원영애의 눈물겨운 열정이 있었다.우연히 발견한 정정화의 자서전 ‘장강일기’를 읽고 넋을 잃었다.
무대에 올려야겠다는 집념으로 연극계 선후배를 찾아다니길 1년.지난 봄에는 상해 임시정부청사를 답사했다.“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고 독립군이 그 좁은 방에서 나라를 되찾으려 애쓴 흔적을 발견하곤 가슴이 뭉클했어요.정정화씨의 살냄새가 아직 남아 있는 것 같기도 했구요”
공을 자랑하기보다 꼿꼿한 의협심으로 소리 없이 살다간 ‘여전사’ 정정화를 느꼈다고 한다.
답사 도중 만난 김자동옹(71)으로부터 어머니 정정화 씨의 얘기를 전해듣고는 얼싸안은 채 펑펑 울었다.유복한 가정환경을 뒤로 하고 뛰어든 독립운동.
자금조달책으로 국경을 넘어가며 죽을 고비를 넘긴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결국에는 체포돼 살을 찢는 고문에 신음했다.“유관순 못지않은 투사였다”고 원영애는 강조한다.
연극은 정정화가 상해로 떠나는 장면에서 조국 땅에 묻힐 때까지 일생을 내레이션으로 회상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유영환(김구) 오창영(장준하) 정재진(이동녕) 이도련(이시영) 박기산(신규식) 정규수(박종길) 등 낯익은 중년배우들의 탄탄한 연기가 무대 속 역사에 빨려들게 한다.
상해에 도착해 정정화가 부르는 노래.“흰꽃이 피어나 겨울을 이겨냈네.숨죽인 사람들아 이 꽃을 보아라∼”
연출을 맡은 정현씨는 “정정화는 우리 모두에게 ‘나는 누구인가,왜 우리는 여기에 있는가,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지면서 어려운 시대에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는 인물”이라고 말했다.김창화 원작 선욱현 각색 극단 민예극장(7440686).<이광형 ghlee@kukminilbo.co.kr>
독립군 여전사의 처연한 삶/‘아! 정정화’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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