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드라마 「여울목」 불륜극에 완패MBC TV 「여울목」은 온 가족이 함께 시청해도 전혀 부담이 없는 주말드라마다.상식을 바탕으로 세상사의 고단함을 아우른 가족드라마의 모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울목」은 시청자들로부터 매정하리만치 외면 당했다.엇비슷한 시간에 방송되는 경쟁드라마 「딸부잣집」 「이 여자가 사는 법」이 전 프로그램을 대상으로한 시청률 조사에서 1∼3위를 기록하는 가운데도 10위권진입조차 못할 만큼 낮은 인기도를 보였다.드라마왕국 MBC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보고 적잖이 조바심을 냈을 법하다.
사실 「여울목」은 작가 박진숙의 컬러를 그대로 유지한 작품이다.그녀는 「마당깊은 집」 「그여자」 「아들과 딸」등에서 가족 구성원의 각기 다른 삶을 통해 가족간 또는 사회와의 화해를 모색하는 특유의 드라마투르기를 보여줬듯 이 드라마에서도 마찬가지였다.그러나 시청자들은 불륜과 형제간 애정싸움등 반모럴과 비상식적 상황을 토대로 자극적 대사를 남발하는 드라마를 비난하면서도 즐겨보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여울목」의 낮은 인기도를 놓고 어느 연출자는 『갈등을 주도하는 극중인물의 성격을 그악스럽게 묘사하지 않으려는 작가의 정서와 자극적 상황을 엿보는데 중독된 시청자들의 심리가 맞아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또 『인기만을 생각했더라면 대표적 갈등 인물인 나승리(심은하분)와 그의 어머니 차주옥(김창숙)을 좀더 괴팍한 성격으로 그려 인기몰이를 했을텐데 모질지 못한 작가의 심성 때문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지적이 아니더라도 시청자들의 시청행태가 변했음을 실감할 수 있다.어떻게든 자신의 구차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건전한 상식에서 찾기보다 황당무계한 드라마에서 얻으려는 자세,그리고 이를 부추기는 몰지각한 제작관행.
『그렇다고 쌀독에 물을 담아 얼려 독을 깨긴 싫다』는 박진숙씨의 얘기처럼 대개의 방송작가들은 창작의 윤리성을 고수한다.「엄숙주의」라는 해괴한 정의의 공격을 받을 망정….
겉과 속 떠도는 시청자/전정희(문화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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