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유학중 도박탕진… “귀국” 질책에/유산상속 받으려 범행/잠든새 등산칼로 난자 불질러대한한약협회 서울시지부장 박순태씨 부부피살사건을 수사해온 서울강남경찰서는 26일 이 사건의 범인으로 박씨의 장남 한상씨(23·미국 유학생)를 검거,존속살인및 방화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이날 새벽 사건현장에서 발견된 피묻은 바지와 장갑·러닝셔츠등에 대해 추궁한 결과 한상씨로부터 범행 일체를 자백받고 집근처 공터에서 범행에 쓴 등산용 칼을 증거품으로 수거했다.
경찰조사 결과 한상씨는 지난해 8월 도미,LA소재 퍼시픽대학 부설 어학학원에서 연수를 받던중 생활비 2만3천달러를 라스베이가스의 도박장에서 모두 잃은 후 아버지로부터 심한 꾸중과 함께 유학포기를 종용받자 재산을 상속받기 위해 범행을 계획했음이 드러났다.
한상씨는 사건당일인 19일 0시10분쯤 서울 삼성동 60의1 집 지하실 안방에서 잠자고 있던 부모를 등산용 칼로 40∼50군데씩 난자해 살해한 후 휘발유를 끼얹고 불을 질러 화재사고로 위장했다.
그는 지난달 20일 부모 몰래 귀국,조흥은행 제기동지점에서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뒤 이를 이용해 사채업자로부터 2백16만원을 대출받아 친구들과 함께 유흥비등으로 쓰다 부모에게 발각돼 용돈이 모두 끊기자 범행을 결심했다.
,,` 한상씨는 지난 13일 귀국도중 기내에서 관람한 미국갱 영화를 통해 이같은 범행수법을 배웠으며 귀국하자마자 세운상가등에서 흉기와 휘발유등을 구입,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했다.
그는 범행당시 옷에 피를 묻히지 않기위해 입고 있던 내의등을 모두 벗은후 침대시트로 몸을 가린채 지하층 안방으로 침입,부모를 난자하고 휘발유를 끼얹은뒤 승용차를 몰고 범행에 쓰인 흉기와 휘발유통·침대시트등을 집근처 공터에 버린 다음 집에 돌아가 불을 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한상씨는 숨진 박씨의 2남중 장남으로 원광대 토목공학과 2학년에 재학중이던 지난해 8월23일 도미,LA근교 프레즈노 퍼시픽 칼리지부설 어학학원에서 영어연수를 받고 있었다.
◎범인 일문일답/“기내 영화보고 모방… 치밀 준비/정신없이 찔러 당시기억 안나”
박한상씨는 『미국에서 도박으로 빚을 많이 져 부모로부터 심한 꾸지람을 들었으며 부모를 죽인 뒤 유산을 상속받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박씨는 범행직 후 입은 화상으로 양손에 붕대를 감고 있었으며 밤샘조사를 받은 탓인지 초췌한 모습이었으나 취재진의 질문에는 또박또박 대답했다.
범행동기는.
▲지난해 10월부터 도박을 시작해 미국 라스베이가스등지에서 4천달러의 빚을 졌고 부모에게 들켜 심한 꾸지람을 들었다.5월 귀국후에도 아버지로부터 『너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놈』『내 아들이 아니니 호적을 파가라』는 등의 심한 꾸지람을 듣고 범행을 계획했다.
범행후 계획은.
▲부모유산을 물려받아 미국으로 가거나 한국에서 사업을 하려 했다.
범행은 어떻게 계획했나.
▲미국에서 유학생활중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는 영화를 보고 범행을 계획했다.
어떻게 도박에 빠지게 됐나.
▲미국에는 도박이 사회적으로 인정돼 돈많은 한국 유학생들이 쉽게 도박의 유혹에 빠진다.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했으나 점차 액수가 커져 한달 용돈 2천달러로는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빚을 많이 졌다.
범행당시를 회상해 달라.
영화에서 본 것처럼 옷을 모두 벗고 안방에 들어가 잠자는 어머니 옆구리를 한차례 먼저 찌르고 아버지를 찌른뒤 정신없이 두 사람을 마구 찔렀다.비명이 난 기억은 없으나 아버지는 『누구냐』며 반항했다.칼로 찌른 뒤 안방 이불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른뒤 밖으로 나와 경찰에 신고했다.
왜 그렇게 많이 찔렀나.
▲범행당시 정신이 없어 기억이 없다.술은 먹지 않았으며 미국에서 마약을 한 적도 없다.
범행후 불을 지른 이유는.
▲영화에서 본 것처럼 강도로 가장하려 했다.
심경은.
▲다 털어놓고 나니 속이 후련하다.범행직후부터 후회했다.불을 지른 뒤에도 안방으로 들어가 부모를 구하고 싶었으나 용기가 없었다.자수할 생각도 했으나 너무 엄청난 일이라 엄두를 못냈다.<박주호기자>
범인은 아들이었다/한약상부부 피살사건/범행일체 자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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