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칭찬 자자… 「조종사실수」말도안돼/F18 몰랐더라면 그런참변 없었을텐데…”지난 4월8일 밤 F16전투기를 몰다 추락사한 공군19전투비행단 소속 조종사 정재남대위(31)의 미망인 지희숙씨(29·서울방학동)가 감사원의 율곡비리 감사를 지켜보는 심경은 남달리 착잡하다.
지씨도 다른 군인가족처럼 「군고위층이 무기도입 비리에 연루됐다」는 보도가 연일 터져 나오는 게 마치 자신의 명예가 훼손되는 것처럼 안타깝기는 마찬가지.
그러나 지씨는 율곡감사 과정을 지켜보면서 『만약 남편이 F18기를 몰았더라면…』하는 상상을 어쩔 수 없이 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F18로 결정됐던 차세대 전투기가 갑자기 F16으로 바뀌고 그 과정에서 검은돈이 오가고…남편은 F18의 조종간을 놓으라는 명령을 받고 F16에 오른다…그리고 추락사.사고원인은 조종사 실수」
지씨는 이러한 상념을 떨쳐 버리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이미 잃은 목숨이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3백억원의 국민세금으로 사들인 최신예 전투기가 남편의 실수로 파괴됐다는 불명예를 씻고 싶다는 게 한 아낙의 솔직한 소망입니다』
49일재를 지낸지 열흘이나 됐지만 지씨는 『아직도 남편의 사고 소식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더욱이 그것이 남편의 실수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대위는 동료나 선배조종사로부터 『민첩하고 판단이 정확하다』는 칭찬을 듣던 조종사였고 90년 공사34기 출신 1백80명중 6명뿐인 최신예전투기조종사로 선발된 이래 F16만 3년이상을 몬 베테랑이었기 때문이다.
지씨는 남편의 뜻에 따라 바깥일에는 관심을 끊었기 때문에 전투기에는 문외한이다.그러나 F16기가 미국내에서도 기체결함이 지적돼 수차례 운항이 중단된 적이 있다는 보도를 접한데다 남편의 사고 18일만에 미군소속 F16기 한대가 다시 추락한 사고가 발생한 뒤 의문이 더욱 커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에서는 블랙박스 분석이 불가능하고 미국에서만 가능하다는데 문제의 항공기를 납품한 쪽이 자기나라 제품의 결함을 솔직히 털어놨을 것인지도 지씨에게는 의문스러운 대목이다.아직 지씨는 국방부로부터 정확한 사고원인을 통보받지 않았다.
『남편의 사망경위에 대해 속시원한 설명이라도 들어보고 싶어요』
87년 당시 중위이던 정대위를 만나 결혼한 지씨는 남편이 다섯살과 생후 7개월 된 두아들만 남기고 훌쩍 떠난 이유를 알고 싶다는 욕심이 남편의 명예에 흠을 내지나 않을까 조심스러워했다.<김의구기자>
“남편은 「율곡」비리에 희생”/「추락F16기」미망인 지희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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