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7년간 이뤄진 대법관 후보 심사에 동의한 비(非)법관 법조인 수가 평균 4명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그마저도 대부분 판검사 출신으로 순수 재야 법조인은 극히 드물었다. 여권이 추진 중인 대법관 증원안은 비법관 법조인 출신의 대법관 비중을 늘려 대법원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비법관 법조인이 심사 동의를 꺼리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여권 안대로라면 전체 대법관 중 재야 법조인의 비율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일보가 2일 국회를 통해 확보한 대법원 자료에 따르면 최근 11차례 진행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심사에 동의한 비법관 법조인 수는 모두 44명(중복포함)이었다. 2018년 5월 고영한·김창석·김신 대법관 후임 심사 때 8명으로 가장 많았고, 2021년 1월 박상옥 대법관, 지난해 9월 김상환 대법관 후임 심사 때는 각각 2명에 그쳤다. 전체 심사동의자 중 비법관 법조인이 차지하는 비율도 줄어드는 추세다. 2019년 12월 조희대 대법관, 2020년 6월 권순일 대법관 후임 심사 당시 비율은 각각 23.8%, 23.3%였다. 하지만 최근 3번의 대법관 후임 심사 때는 7.1%, 9.1%, 5.4%로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심사에 동의한 비법관 법조인도 상당수가 판검사 출신으로 순수 재야 법조인은 드물었다. 가장 최근인 김상환 대법관 후임 임명 과정에서 심사에 동의한 전체 대상자 37명 중 비법관 법조인 2명은 모두 판사 출신이었다. 2023년 12월 안철상·민유숙 대법관, 같은 해 4월 조재연·박정화 대법관의 후임 심사 때도 재야 법조인은 없었다.
대법관 후보 선정은 후보로 천거된 이들 중 심사에 동의한 대상자를 상대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심사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때문에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애초에 대법관 후보가 될 수 없는 구조다.
재야 법조인이 심사에 동의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는 청문회 절차가 꼽힌다. 재산공개 대상인 고위 법관·검사와 달리 외부 활동을 오래 해온 비법관 법조인들이 청문회 과정을 부담스러워한다. 한 원로 변호사는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를 살피기보단 개인적 흠을 잡으려는 청문회 문화 탓에 동의를 꺼리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대법관 다양화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재 대법관 14명 중 대법관 임명 당시 비법관 법조인이었던 건 권영준 대법관 1명에 불과하다. 그런 권 대법관도 판사 출신이다. 순수 재야 법조인 출신 첫 대법관이 된 김선수 대법관이 지난해 8월 퇴임한 이후 재야 법조인 출신 대법관은 없는 상황이다.
비법관 법조인들의 심사 동의가 저조한 현실이 바뀌지 않은 채 대법관 증원이 이뤄지면 오히려 대법원 다양화라는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도 대법관 증원과 관련해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최근 심사에 동의한 재야 법조인의 수가 매우 적어서 대법관 수가 증가할수록 구성 비율이 더 감소하고 그 의견이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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