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선령 33년 온누리호 ‘대체 건조’… 예타 면제로 추진 본격화

Է:2025-10-02 02:12
:2025-10-02 02:12
ϱ
ũ

1992년 출항… 안전 문제로 제한적 운항
이사부호도 과부하… 연구 공백 우려
건조 최소 5년 걸려 지금 시동 걸어야

1992년 첫 출항한 종합해양과학연구선 온누리호가 지난 33년 간 전 세계를 돌며 탐사한 지역이 표시돼 있다. 온누리호는 남극과 태평양을 누비며 연구 데이터를 쌓고, 심해에 잠수정을 내려 새로운 생명체와 자원을 발견하면서 한국 해양과학의 지평을 넓혔지만 노후화돼 대체선 건조가 시급한 상황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공

대한민국 해양과학의 역사는 한 척의 배와 함께 달려왔다. 1992년 첫 출항한 종합해양과학연구선 온누리호는 이름 그대로 ‘온 세상’을 무대로 우리 연구자들을 실어 나른 선박이었다. 남극과 태평양을 누비며 연구 데이터를 쌓고, 심해에 잠수정을 내려 새로운 생명체와 자원을 발견하면서 한국 해양과학의 지평을 넓혔다.

하지만 세월은 냉정하다. 선령 33년을 넘긴 온누리호는 이제 국제 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한다. 단종된 부품 때문에 정비는 갈수록 힘들어지고, 안전 문제로 배타적경제수역(EEZ) 일부 구역 운항도 제한됐다. 선원들은 중고품이나 비순정품을 끼워 넣으며 운항을 이어가고 있지만 불안은 커지고 있다. 연구자들 역시 노후화된 장비로는 해양 생물 관찰이나 심해 환경 분석에서 정밀한 성과를 내기 어려워졌다. 온누리호는 여전히 바다를 누비고 있지만, 과거와 같은 역할을 다하기에는 제약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온누리호의 발자취는 곧 한국 과학사의 축소판이다. 1992년에는 우리나라 연구선 최초로 남극 탐사에 나섰고, 1999년에는 태평양을 처음 횡단했다. 1000t급 연구선으로 대양을 건넌 사례는 드물었다. 연구자들은 한 달 넘게 거친 파도를 버텨가며 데이터를 모았고, 무인잠수정 ‘해미래’를 투입해 수심 5755m 해저 시험에도 성공했다. 남태평양 심해열수구에서는 새로운 고세균을 발견해 ‘Thermococcus onnurineus NA1’라는 학명으로 보고됐다. 인도양과 태평양 공해상에서는 열수광상과 망간단괴 탐사를 통해 7만5000㎢의 자원 탐사권도 확보했다.

성과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최근 10년간 온누리호를 활용한 국제 학술 논문은 430편, 그중 64%가 우수 논문으로 평가됐다. 상위 10% 논문(mrnIF 기준)만 98편에 달한다. 같은 기간 특허 출원·등록은 68건이다. 연구자들의 성과는 온누리호라는 플랫폼 덕분에 가능했다.

하지만 공백은 커지고 있다. 온누리호가 사실상 제 역할을 하기 어려워지면서 원양 연구의 부담은 고스란히 이사부호가 떠안았다. 2016년 취항한 5894t급 대형 연구선은 본래 대양 장기 항해를 맡도록 설계됐는데, 최근에는 온누리호의 공백까지 감당하며 운항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연평균 268일을 바다에서 보내면서 국외 운항 비율은 90%를 넘었다. 과부하가 누적되면서 내구연한 단축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연구자들은 “과부하가 계속되면 대양 연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해외와 비교하면 격차는 더 크다. 미국은 27척, 중국 23척, 일본 15척, 영국 10척의 외양급 연구선을 운영한다. 미국과 영국은 평균 선령을 각각 24년, 21년 수준으로 관리한다. 일본은 개보수를 통해 선박 수명을 늘리는 동시에 차세대 연구선 건조를 추진하며 선단 현대화를 준비 중이다. 중국은 2000년대 이후 연구선을 급격히 늘렸지만, 평균 선령은 35년에 이른다. 반면 한국은 6척 평균은 21년이지만, 핵심 주력선인 온누리호는 33년으로 이미 국제 기준을 넘어섰다. 서둘러도 퇴역은 38년째다.

현장 목소리도 절실하다. 승무원들은 “부품 공급이 끊겨 중고품이나 비순정품을 억지로 끼워 맞출 때도 있다”며 “항해 때마다 안전 불안이 따라다닌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평균 200일 이상 바다에서 생활하는 만큼 장기 항해에도 버틸 수 있는 설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체선 건조는 연구 효율뿐 아니라 연구자와 승무원의 안전과 임무 지속성을 보장하는 과제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온누리호 대체선 건조를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으로 확정했다. 계획대로라면 새로 건조될 온누리Ⅱ호는 총톤수 3500t, 전장 82.2m, 폭 16.2m 규모로 내년부터 5년간 건조된다. 기존 기계식 추진에서 벗어나 디젤 발전-전기추진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해 국제 환경규제에 대응하고, 연구실 면적은 두 배 가까이 넓어진다. 동해·서해·동중국해 조사와 독도·이어도 관리, 기후변화 예측, 원전 오염수 추적 등 대양 기원 유해 물질 연구가 주요 임무다.

온누리Ⅱ호는 단순한 대체선이 아니다. 대양과 연근해를 동시에 커버하며 이사부호와 이어도호의 공백을 메우고, 접경 수역 연구 역량을 강화하는 역할이 기대된다. 스트리머 윈치와 탄성파 음원 등 특화 장비가 탑재돼 저수심부터 중심해까지 고해상도 관측이 가능하다. 저소음·저진동 설계는 데이터 정확도를 높이고 국제 공동연구의 환경 기준도 충족한다. 무엇보다 이사부호가 맡아온 대양 장기 항해를 분담해 선단 전체의 안정적 운영에 기여할 전망이다.

연구선 확보는 단순한 장비 교체를 넘어 국가 안보와 경제와 직결된다. 접경 수역에서 수집한 과학 데이터는 영토 분쟁이나 외교 협상에서 주권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활용된다. 기후변화 예측과 재해 대응도 연구선이 없다면 한계가 있다. 태풍의 경로를 정확히 산출하거나 해양 오염물질의 이동, 심해 자원의 분포를 추적하는 일은 위성이나 부표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관계자는 “현장에서 데이터를 모으는 연구선이 있어야 국민 안전과 국가 경제를 지킬 수 있다”며 “온누리호 대체선은 이러한 역할을 이어갈 핵심 수단”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은 2000년대 이후 대형 연구선을 집중적으로 늘렸고, 일본은 선단 현대화를 추진했다. 늦어질수록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관계자는 “온누리호 대체선은 한국 해양과학 역량을 끌어올릴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라며 “건조에는 최소 5년이 걸리기 때문에 지금 시동을 걸어야 2030년대 연구 공백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장비 통합과 시험 운항 절차를 압축해 취항 직후 정상 가동률을 확보해야 한다”며 “공정이 지연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
Ϻ 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