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정부가 출범한 지 75일이 지나도록 주요국 대사들을 무더기로 공석으로 두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당장 이번 주말과 다음 주초에 한·일 정상회담과 한·미 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리는데 주미 대사와 주일 대사 자리가 비어 있다. 미국과 일본뿐 아니라 주중 대사와 주러 대사 등 4강 대사들에 대한 임명도 이뤄지지 않았다. 아그레망(주재국의 임명 동의)이 필요 없는 주유엔 대사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나라를 대표하는 특명전권대사가 임명돼야 할 자리가 30여 곳에 달한다. ‘국익을 중시하는 실용외교를 펼치겠다’던 이재명정부가 이렇게 오랫동안 외교 공백을 방치하는 것은 의외다.
외교부를 통해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요국 대사 30여 명에게 귀국하라는 이재명정부의 지침이 내려간 지도 한 달 보름이 넘었다. 정권 교체기에 공관장이 바뀌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후임자들이 정해지지 않았는데 주요 대사들을 한꺼번에 귀국시켜 외교 공백이 발생한 적은 없었다. 외교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면 외교 라인에 대한 무시다.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문재인정부도 후임자를 물색하기 위해 주미 대사 자리를 공석으로 두는 일은 하지 않았다.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업무의 연속성을 감안해 전 정부에서 임명된 안호영 당시 주미 대사를 정권 교체 후에도 5개월 더 근무하도록 했었다.
이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날짜를 정하고도 주미 대사 자리를 비워두는 건 외교적 결례로 비칠 수 있다. 우리 국민들에게도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와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을 앞두고 주미 대사의 장기간 부재는 어떤 이유로든 설득력이 없다.
만일 트럼프 행정부의 아그레망이 늦어져서 후임자 임명이 지체되는 것이라면 한·미 관계의 이상 신호로 받아들여질 우려가 있다. 조현동 전 주미대사의 경우 열흘 만에 아그레망이 나왔다. 유독 이재명정부 들어 아그레망이 오래 걸린다면 양국 간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이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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