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첫 시정연설을 위해 26일 오전 10시6분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서자 더불어민주당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의원들까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다. 피켓 시위나 야유, 고성 없는 분위기에 여당 의원들이 오히려 당황하는 기색이 엿보였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첫 시정연설이란 차원에서 최소한(이면서), 최대한의 예의를 갖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중앙 복도를 따라 민주당 의원들과 반갑게 악수한 뒤 단상에 올랐고, 우원식 국회의장과 인사한 뒤 국민의힘 의석을 향해 먼저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연설 도중에도 자주 야당을 바라보며 호응을 요구하는 애드리브도 했다. 다만 야당 의원들은 이 대통령 연설에 무반응으로 일관했다.
17분여 연설 동안 박수는 여당에서만 총 12차례 나왔다. 첫 박수는 이 대통령이 “외교에는 색깔이 없다”고 한 발언에서 나왔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응이 없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응이 없는데 이러면 좀 쑥스러우니까…”라며 농담을 던졌다. 이에 야당 의원 일부가 짧게 박수를 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추경안을 설명하는 과정에서도 돌발 발언을 이어갔다.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추가 의견을 내달라는 대목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특히 우리 야당 의원들께서도 삭감에 주력하시겠지만, 필요한 예산 항목이 있거나 추가할 게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의견 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말미에는 “우리 국민의힘 의원님들 어려운 자리 함께해 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말도 했다.
다만 즉석에서 나온 ‘삭감에 주력’ 발언을 두고 국민의힘 내에서는 ‘조롱처럼 느껴진다’ ‘기분이 나빴다’는 반응을 내놨다. 박성훈 원내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애드리브가 우리 당 의원들에 대한 일종의 무시처럼 느껴진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끝내고 퇴장하면서도 국민의힘 의석 통로를 찾았다. 김용태 비대위원장 등 국민의힘 의원들도 기립해 이 대통령과 악수하며 짧은 대화를 나눴다. 이 대통령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팔을 툭 치는 모습도 포착됐다. 권 의원은 이 대통령에게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은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말을 건넨 데 대한 반응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당대표에 출마한 박찬대 민주당 의원에게는 선거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지도 물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시정연설에 앞서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가진 여야 지도부 사전환담에선 “제가 이제 을이기 때문에 각별히 잘 부탁드린다”며 몸을 낮췄다. 국회 일정을 마친 후에는 최소한의 경호 인력과 함께 용산 대통령실 앞 골목 상권인 대구탕집을 예고 없이 찾아 점심을 먹었다. 이 대통령은 “골목 상권이 살아야 경제가 살고 민생이 산다”며 식사 중인 시민과 대화하고 상점 주인과 체감 경제 등의 이야기를 나눴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김혜원 이강민 한웅희 기자 ki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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