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서거한 지 16일 만에 후임을 선출하는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가 시작됐다. 전 세계 14억 신도를 보유한 가톨릭교회의 수장을 뽑는 선거여서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조치를 이어갈 인사가 새 교황으로 선출될지는 미지수다. 추기경단 구성, 보수파의 반발 등 변수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7일 오후 4시30분쯤(현지시간) 추기경단이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 입장한 뒤 교황 전례 거행 책임자가 라틴어로 ‘엑스트라 옴네스’(모두 퇴장)를 외치며 콘클라베가 공식 시작됐다. 선거권 및 피선거권을 가진 추기경 135명 중 콘클라베에 참석한 인사는 70개국 133명이다. 이들은 교황이 선출될 때까지 격리되며 외부인과 소통도 금지된다. 교황청은 시스티나 성당 주변에 도청 방지 장치 등 각종 보안 조처를 한 상태다.
추기경단은 이날 저녁 한 차례 투표를 진행한다. 다만 첫 투표에서 교황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당선자가 나오지 않으면 다음 날부터 매일 오전·오후 두 번씩 네 차례 투표를 진행한다. 교황으로 선출되기 위해선 추기경단 중 3분의 2 이상(최소 89명)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선거 결과는 시스티나 성당 굴뚝의 연기 색깔을 통해 알 수 있다. 당선자가 나오지 않으면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새 교황이 선출되면 흰색 연기가 올라온다.
이번 콘클라베는 이틀 만에 끝난 2013 년 콘클라베와 달리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우선 추기경단 구성이 다양해졌다. 추기경의 출신 국가는 2013년 48개국에서 올해 70개국으로 급증했다. 이 때문에 서로를 잘 모를 가능성이 크다. 교회 역사가 요르그 에르네스티는 도이체벨레 인터뷰에서 “추기경단이 국가적·문화적으로 더 다양해졌기 때문에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유산을 계승하려는 개혁파와 이에 반발해온 보수파 사이의 첨예한 갈등도 콘클라베를 길어지게 할 요인으로 꼽힌다. 강경 보수파 추기경들은 개혁파 교황이 또 탄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콘클라베에서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CNN에 따르면 콘클라베 직전 추기경단은 보수 가톨릭 언론사 기자들로부터 ‘추기경단 보고서(The College of Cardinals Rep ort)’라는 문서를 받았다. 보수파 추기경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개혁파 추기경들은 부정적으로 서술한 문서로 알려졌다.
개혁파 주요 후보로 꼽히는 필리핀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이 6년 전 존 레넌의 노래 ‘이매진(Imagine)’을 부른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재등장했다. 보수파는 가사 중 “천국이 없다고 상상해봐(Imagine there’s no Heaven)”라는 부분이 반기독교적이라며 타글레가 교황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교황이 국제 정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세계 주요 지도자들도 콘클라베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폴리티코는 “최근 몇십 년간 세계 정치인들이 콘클라베에 이렇게 강하게 개입한 적은 없었다”며 “서방 지도자들은 견해가 맞지 않는 교황을 피하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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