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널뛰기’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연휴 기간 미·중 갈등 완화 움직임과 대만 달러 강세 흐름을 반영해 원·달러 환율도 7일 반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출발했지만, 주간 거래 장중 하락분을 대부분 반납하며 변동 폭을 키웠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역외 환율을 반영해 전 거래일(1405.3원)보다 25.3원 하락한 1380.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개장가 기준으로 지난해 11월 6일(1370.4원) 이후 6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장중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상승세로 전환해 오후 들어 하락분 대부분을 반납했다. 오후 한때 1400원대로 다시 올라서기도 했다. 이후 관망세로 돌아서며 1398.0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이날 장중 변동 폭만 22.8원이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환율은 경제 펀더멘털이 아닌 시장의 기대나 예상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당분간 이 같은 롤러코스터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주말부터 원화를 비롯해 아시아 통화가 일제히 강세로 전환한 데에는 대만 달러 강세가 자리한다. 대만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위해 자국 통화의 절상을 받아들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대만 달러 가치는 2거래일 동안 9.2% 폭등했다.
그러나 현재는 이전 수준으로 거의 돌아갔다. 대만 당국이 미국과 환율 문제를 논의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대만 중앙은행은 “미국이 대만 달러의 강세를 요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고,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가짜뉴스를 퍼뜨리지 말라”고 국민에게 촉구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최근의 원·달러 환율 급변동 기저에는 미국이 달러 약세 유도를 위해 한국이나 대만에 환율 압박을 할 수 있다는 경계감이 깔려 있다. 미·중 통상 협상이 잘 될 것이란 기대감도 조금 반영 돼 있는데, 이 두 가지 모두 확실한 게 아니다”며 “가시적인 게 없는 상황에서 변동 폭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는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과 1300원대 하향 안정화를 기대하긴 이르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환율이 1400원을 중심으로 1370~1440원 정도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현재의 환율 움직임은 굉장히 오버슈팅(과잉반응)된 경향이 있다”면서도 “한·미 관세 협상에 환율이 의제로 올라온 만큼 연말에 나타날 것이라 예상했던 환율 수준(환율 하락)이 좀 더 앞당겨 질 수는 있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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