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 중국의 서해 회색지대 전략

Է:2025-04-14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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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대 교수·HK+국가전략사업단장


현대전은 하이브리드전(hybrid warfare·混合戰)의 양상을 띤다. 이는 기존 군사력에 각종 공작이나 정보전 등 다양한 수단이 함께 활용되는 방식으로 재래전은 물론 사이버전, 전자전, 여론전, 심리전, 법률전 등이 혼재돼 나타난다. 회색지대 전술(Gray Zone Tactics)은 바로 이 혼합전의 최종 승리를 위해 실제 무력 충돌이나 전쟁으로 확대되지는 않을 정도의 모호한 수준으로 저강도 도발을 지속해 상대방에 불안과 혼란을 부추기기 위한 고도의 정치전이다.

중국은 이미 2003년 ‘중국 인민해방군 정치공작조례’를 통해 여론전, 심리전, 법률전을 전개한다는 3전 전략을 제시했다. 당초 대만을 겨냥한 ‘적군 와해 임무’ 완성에 초점이 맞춰졌으나 중국의 국력 신장에 따라 가동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핵무기 사용이 어려운 상황에서 군사력 사용을 줄이면서 자원과 영향력, 영토를 확보하기 위해 공격 주체의 노출을 최소화하고 의도를 숨기면서 상대방에 타격을 가하는 우회적 방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중국의 회색지대 전술은 우리 서해에서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한·중 양국은 1996년부터 16차례, 2004년부터 13차례 등 양국의 해양 경계를 획정하는 회담을 진행했지만 아직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한국 서해상의 중간선을 기준으로 해양 경계를 정하자는 ‘등거리 원칙’과 중국의 해안선 길이를 고려하자는 ‘형평의 원칙’ 주장을 두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남북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두고 갈등을 보이는 상황에서 한·중이 해양 경계를 획정하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 상황에서 양국은 2000년 8월, 어업협정을 체결해 상호 200해리 배타적경제수역(EEZ)이 중첩되는 수역을 잠정조치수역(PMZ·Provisional Measures Zone)으로 정했다. 이 지역은 남북한과 중국이 영해를 맞대고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 지역은 한·미 연합훈련이나 주한미군 동향과 관련해 중국에도 매우 중요하다. 중국이 이미 10여년 전부터 서해를 관할하는 해·공군 전력과 미사일 전력을 급속히 증강하고, 항공모함 전단 2척과 최강 전투함인 055형 구축함 4척을 북해함대에 배치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전통적 해군력 배치를 바탕으로 펼쳐지는 중국의 회색지대 전략은 장기적으로 우리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은 해상 경계선도 기존 동경 124도 30분 선에서 124도 선으로 일방적으로 연장하고, 해안경비대 법을 제정해 한국 해군 관할 수역의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

1962년 북한과 체결한 영해 기점이 기준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미 인민해방군 해군의 해상훈련 상시화는 물론 러시아군과의 합동훈련까지 실시하고 있다.

또 중국은 한·중 정부가 공동관리하는 PMZ에 대규모 구조물을 무단 설치하고 있다. 항행과 어업 행위 이외의 시설물 설치나 자원 개발이 금지돼 있음에도 재작년, 작년 2개, 올 초에도 구조물을 설치했다.

중국이 동·남중국해에서 영유권 확대 조치를 축적하는 살라미 전술(salami-slicing strategy)과 해역 주변의 지배력을 확대하는 양배추 전략(cabage tactics)을 구사한 전력을 보면 향후 중국 영유권 주장의 근거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서해는 남북 대치와 한·미동맹, 한·중 협력 구조가 동시 작용하며, 미·중의 전략 경쟁이 지속되는 복잡한 구조가 얽혀 있는 한국 안보에 필수적인 전략 요충지다. 북한으로부터의 서해5도 방어를 위한 해병 전력 강화와 해상 안보를 책임질 강력한 해군력 구축 등이 시급하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HK+국가전략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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