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8년 의대 교수 시절 일이다. 아시아구제기금의 후원을 받아 첫 해외 선교지로 방글라데시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를 다녀왔다. 인상 깊었던 것은 싱가포르 예수전도단(YWAM)을 방문했을 때에 도심 한복판에 아파트 한 동을 기부받아 펼치고 있는 혁신적이고 역동적인 젊은이 사역이었다. 그것은 당시 아시아의 경제적 허브로 꽃 피우기 시작한 도시국가 싱가포르의 참신함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세속 사회의 한복판에서 창조적으로 복음을 전하는 것에 큰 도전을 받았다. 당시 한국은 대부분 선교센터가 한적한 곳에서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1993년 국제사랑의봉사단 제1기 43명을 이끌고 방글라데시로 단기선교를 다녀온 이후 지난 32년간 58기에 걸쳐 약 8000명 정도의 봉사단원들이 선교 현장을 누볐다. 단기간 선교 체험이었지만 이들은 이후 기도후원자나 재정후원자, 또는 현장을 계속 누비며 모바일 선교사의 역할을 하는 분들도 많다.
2000년 이재환 선교사가 설립한 캄미션 이사로 참여하면서 한 지역이나 영역을 놓고 중보하는 무릎선교사라는 개념을 이해하게 되었다. 2007년 중국 상하이 연합교회 엄기영 목사님이 시작한 IBA운동에 동역하면서 킹덤 비즈니스와 선교로서의 비즈니스(BAM)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2015년 미국 하와이 열방대학에서 DTS 훈련을 받을 때 일이다. 당시 막 출범한 인터넷 선교팀의 놀라운 열매에 대해 선교팀장이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한 지역에서 10만명에게 인터넷으로 종교 관련 설문조사를 했는데 그중 1만명이 예수님을 믿고 싶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때 SNS를 통한 스마트 선교의 위력에 눈을 뜬 적이 있다. 요즈음은 디지털 인공지능(AI)을 통해 유비쿼터스 시대가 되고 초지능, 초연결, 초실감 사회가 되다 보니 모든 도구를 통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천후 전방위 선교의 시대가 성큼 와버린 느낌이다.
이처럼 이제 선교는 삶의 한복판으로(into the world), 그리고 누구나 어디에서나(from everyone to everywhere)의 원칙에 의해 모든 평신도가 자비량으로 현장선교사, 모바일 선교사, 무릎선교사, 비즈니스 선교사, 스마트 선교사로 헌신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종교개혁 이후 등장한 만인제사장 개념은 모든 성도가 만인사역자로 사역에 참여할 때, 그리고 궁극적으로 모든 성도가 부르심을 받은 만인선교사로 업그레이드될 때만 그 존립이 가능하다. 특히 교권주의의 행패가 극심한 한국교회 생태계에선 더욱 그렇다.
열방대학에 있을 때 한 지인을 통해 국제예수전도단 설립자 로렌 커닝햄이 설계한 YWAM의 혁신적 운영시스템을 극단주의 이슬람 단체인 알카에다가 그대로 도입해 실행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 운영시스템의 핵심은 ‘평신도 젊은이를 동원해 짧은 기간에 선교의 주역으로 훈련시켜 파송한다’ ‘선교비는 모금이든 자비량이든 각자가 해결하고 이를 승법번식해 전 세계에 확산시킨다’로 의외로 단순하다.
선교 비전으로 충만한 젊은이에게 3개월의 영성훈련과 2개월의 단기선교 후 누구나 선교사가 될 수 있는 문을 활짝 열어놓은 것이다. 교단이나 전문 선교단체의 벽을 넘을 수 없는 평신도에게 선교사의 길을 제시하고 그 과정에서 약간의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끝없이 도전하고 훌륭한 선교사로 계속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선교사 양성이 속성 재배라는 약점이 있긴 하나 선교사는 훈련보다 은사가 더 중요하기에 ‘성령의 선교’라는 새로운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성령의 역사를 파악하려면 복잡계(complexity)와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사역하면 할수록 단계마다 불확실성과 복합성이 증가해 일의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데다 한 가지 일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보면 수백 가지 요소가 결합해 있는데 각 요소도 각각 독립성을 갖고 있다. 반면 작은 요소 하나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연결돼 거대한 성취를 이루는 나비효과로 일어나는 일도 자주 볼 수 있다.
이제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명령(마 28:18~20)을 내게 주신 말씀으로 받아 선교사의 삶을 결단하고 믿음의 첫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우리 믿음이 겨자씨같이 작을지라도 주님은 그 믿음을 통해 일하신다는(마 17:20) 말씀을 절대 신뢰해 믿음의 씨앗을 심는 것은 우리의 일이다. 산을 옮기는 역사가 이루어지는 것은 100% 주님의 소관이기에 우리는 안심하고 믿음의 첫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겨자씨라도 심지 않으면 주님은 일하실 수 없다. 그래서 주님은 우주의 절대 불변의 법칙으로 “스스로 속이지 말라 하나님은 업신여김을 받지 아니하시나니 사람이 무엇으로 심든지 그대로 거두리라”(갈 6:7)는 말씀을 주신 것이다. 나비가 날갯짓을 안 하면 나비효과는 아예 생성이 불가능하다. 이는 지금까지 40년 사역과 30년 선교를 하는 동안 ‘관찰-성찰-통찰’을 통해 얻은 결론이다.
우리에게는 연약함이 많다. 그러기에 말씀을 굳게 붙잡고 달려갈 뿐이다.
“…크게 기뻐함으로 나의 여러 약한 것들에 대하여 자랑하리니 이는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게 머물게 하려 함이라 그러므로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약한 것들과 능욕과 궁핍과 박해와 곤고를 기뻐하노니 이는 내가 약한 그 때에 곧 강함이라.”(고후 12 : 9 ~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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