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17일 추계 예대제를 맞아 ‘내각총리대신 이시바 시게루’ 명의로 마사카키(사진)라는 공물을 야스쿠니신사에 봉납했다. 마사카키는 제단에 바치는 비쭈기나무다.
이시바 총리가 야스쿠니에 공물을 봉납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와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도 예대제에 참석하지 않고 공물이나 공물 대금을 봉납했다. 2013년 12월 당시 아베 신조 총리가 야스쿠니를 참배하며 한국·중국뿐 아니라 미국의 반발까지 산 이후 일본 총리는 춘·추계 예대제나 종전기념일(8월 15일)에 직접 참배 대신 공물을 봉납해 왔다.
NHK는 “이시바 총리는 취임 전에 마사카키를 봉납한 적이 없고 추계 예대제 기간 야스쿠니 참배 계획도 없다”며 “기시다·스가 등 전 총리의 대응을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오쓰지 히데히사 참의원(상원) 의장, 후쿠오카 다카마로 후생노동상도 이날 공물을 봉납했다. 다만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 등 일부 정치인들은 야스쿠니를 찾아 참배했다.
한국 정부는 유감의 뜻을 표했다.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논평을 통해 “정부는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 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신사에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급 인사들이 또다시 공물을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 지도급 인사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했다.
한편 이시바 총리는 이날 관저에서 일본인 납북 피해자 가족과 만나 면담했다. 요코타 메구미의 모친 등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 이시바 총리는 “정상들이 큰 틀에서 서로의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 대한 의욕을 표명했다. 이시바 총리는 또 “(납북 피해자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한다는 생각을 정부도 공유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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