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 삼성화재가 자사의 모바일 해외여행자보험 가입 UI(디자인·안내문구 등 이용자가 경험하는 서비스 환경)를 그대로 베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삼성화재는 보험상품 가입과정은 어느 회사나 비슷하다며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새 회계기준 도입으로 보험업계 순위가 뒤바뀌고 있는 가운데 보험사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전날 삼성화재 이문화 대표에게 “모바일 가입 과정을 무단으로 베낀 귀사의 과정을 즉각 원복하고 책임 있는 정중한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27일 밝혔다.
공문에서 카카오페이손보는 “삼성의 베끼기는 카카오의 법적 권리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보험업계의 공정한 경쟁질서 및 상도덕상 있을 수 없는 행위”라며 “특히 대외적 인지도나 자본력 등에서 현저히 우위인 대기업이 신생 보험사의 자산을 무단으로 베끼는 것은 업계와 여론의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삼성화재가 최근 해외여행 온라인 상품 가입 UI를 카카오페이손보와 똑같이 베꼈다는 게 카카오의 입장이다. 카카오가 처음으로 도입한 ‘담보 직접설계(DIY)’ ‘국가 선택’ ‘동반 가입하기’ 단계를 추가하고, 화면 내 레이아웃까지 그대로 모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당 단계에서 두 회사의 안내문구는 ‘해외여행 중 다쳤을 때’ ‘함께 가입할 분이 있다면 추가해주세요’ 등으로 거의 동일하다.
삼성화재는 오히려 자사가 온라인 채널에서 해외여행자보험 판매를 최초로 시작했다며 표절 의혹을 부정한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여행 국가 선택 단계는 2015년 중단했다 다시 추가한 것이고, 동반 가입은 기존의 부부 할인제도를 발전시킨 것”이라며 “보험상품 가입과정은 보험업계가 모두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보험업계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른 지각변동으로 경쟁에 불이 붙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손익을 계산하는 기준이 바뀌면서 견고했던 보험사 순위에 금이 가고 있다. 과거 업계 4~5위였던 메리츠화재가 지난해 순익 기준 2위로 올라섰고, 그간 2위 경쟁을 펼치던 DB손해보험과 현대해상은 각각 3위와 4위로 내려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제조업과 달리 보험업은 타사의 상품을 비슷하게 만들기 쉬워 오래전부터 ‘베끼기’ 경쟁이 치열했다”며 “카카오가 새삼스레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대기업과 견줄 자사의 혁신성을 강조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고 평가했다.
베끼기와 출혈 경쟁은 보험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왔다. 최근엔 하나생명·신한라이프·농협생명이 130%대 환급률을 내건 단기납 종신보험을 앞다퉈 내놔 논란이 됐다. 장기적으로 보험사에 리스크가 될 수 있음에도 고객 모집을 위한 출혈 경쟁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보험사 과당경쟁을 엄중 조치하겠다며 최근 감독을 강화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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