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단체가 6일 대북전단과 1달러 지폐, 가요 등이 담긴 이동식저장장치(USB)를 매단 대형 풍선을 북쪽 상공을 향해 띄웠다. 우리 정부가 9·19 군사합의 효력을 전면 중지한 후 민간단체가 대북전단을 살포한 것은 처음이다. 대북전단에 극히 민감한 반응을 보여온 북한이 ‘오물 풍선’ 등으로 맞대응할 경우 남북 간 군사적 마찰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이날 “경기도 포천에서 0∼1시 애드벌룬 10개를 이용해 대북전단 20만장을 살포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정은이 사과하지 않는 한 북한 동포들에게 진실의 편지, 자유의 편지인 대북전단을 계속 보낼 것”이라고 했다. 이 단체는 대형 풍선에 대북전단 20만장과 함께 트로트 음악, 드라마 동영상 등을 저장한 USB 5000개, 1달러 지폐 2000장도 함께 넣었다고 주장했다.
우리 당국은 대북전단과 관련해 민간단체에 자제를 요청하거나 제지하는 대신 상황만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이날도 “전단 등 살포 문제는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고려해 접근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군의 한 소식통은 “탈북민단체에서 날린 풍선을 포착했으며, 일부는 북한 상공으로 날아갔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에 날린 대형 풍선 중 북한 상공에 진입한 풍선이 얼마나 되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이번 대북전단에 대한 북한의 대응 정황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다만 북한이 언제든 모종의 도발에 나설 가능성은 상존한다. 북한은 지난 2일 오물 풍선 살포 잠정중단을 선언하면서 “한국 것들이 반공화국 삐라(전단) 살포를 재개하는 경우 발견되는 양과 건수에 따라 백배의 휴지와 오물량을 다시 집중 살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우리 군은 북한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이 오물 풍선 등의 도발을 재개하면 남북 간 대치가 더 격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우리 정부가 지난 4일 9·19 군사합의를 전면 효력 정지하면서 군사분계선(MDL) 일대의 안전판이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남북 양측이 상황에 따라 꺼낼 수 있는 맞대응 수단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대북전단에 대해 오물 풍선 등의 방식으로 바로 대응하면 우리 군도 준비했던 대로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가능성이 크다”며 “풍선과 전단 등 비군사적인 형식으로 대치했던 남북이 확성기 이후부터는 사실상 군사적인 수단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대북전단에 대한 대응과 함께 9·19 군사합의 전면 효력 정지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북한이 현재 남북관계 상황 특히 우리 측의 반응에 대해 치밀하게 탐색하고 있을 것”이라며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등의 담화 등으로 곧 입장을 밝힐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택현 박준상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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