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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오션’ 블루·그린수소… 전세계가 달려 든다

[가야할 미래, 무탄소 에너지] ③ 수소경제 시대

게티이미지뱅크

탄소중립 시대에 미래 에너지 기술을 확보하는 건 국가 경쟁력 향상에 필수 과제다. 최근 몇 년간 세계 각국이 수소산업을 놓고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소는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아 교통, 발전,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에너지원이다. 주요 선진국은 초기 발전 단계인 수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앞다퉈 국가 전략과 투자 계획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도 올해 청정수소 인증제 시범사업을 시행하는 등 관련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수소경제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국내 여건에 맞는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고, 기술 혁신으로 수소 시장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화석연료 대체할 연료 ‘수소’

수소는 석유 석탄 등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1차 에너지를 변환시켜서 만든 2차 에너지다. 화석연료보다 생산 단가가 비싸고 다루기도 어렵지만,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에너지 효율이 높아 미래 핵심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현재 생산되는 수소는 화석연료의 화학반응을 이용한 ‘그레이 수소’가 대부분이다. 수소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다량 발생하기 때문에 완전한 청정 에너지원이라 보기 어렵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기술을 적용해 탄소배출을 줄인 ‘블루 수소’, 더 나아가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물을 전기분해(수전해)하는 ‘그린 수소’ 생산에 역량을 집중하는 추세다. 그린 수소는 친환경적일 뿐만 아니라 과하게 생산된 재생에너지 전력을 수소로 전환해 보관하는 역할도 한다. 재생에너지의 약점인 간헐성을 보완하는 에너지 저장소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유럽·중동까지…수소 투자 집중


14일 수소경제 관련 국제 협의체인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의 ‘2023 수소 인사이트’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10월 기준 전 세계에서 발표된 수소 프로젝트는 1400개 이상이다. 보고서는 2030년까지 5700억 달러가 투자돼 누적 4500만t의 청정 수소(블루·그린 수소)가 공급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회계법인 ‘딜로이트’도 지난해 그린 수소 보고서에서 청정수소의 경제 규모가 6420억 달러에서 2050년 1조40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유럽연합(EU)은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리파워(REPower) EU’ 대책을 발표하면서 2030년 그린 수소 목표를 2000만t(1000만t 역내 생산·1000만t 수입)으로 설정했다. 수소 인수기지 건설은 물론 2040년까지 생산국과 수요국을 연결하는 범유럽 수소 배관망 구축도 추진 중이다.

미국은 청정수소 생산비용을 10년 내로 ㎏당 1달러 미만으로 낮추기로 하고, IRA(인플레이션 감축 법안) 등을 기반으로 청정수소 전주기 생태계 조성계획을 마련했다. 지난해 10월 선정된 7개의 청정수소 허브에는 70억달러의 연방정부 예산이 투입된다. 향후 이 지역들에서는 연간 300만t의 청정 수소가 생산될 전망이다.

2017년 수소 기본전략을 수립한 일본도 자국 내 수소 공급량을 2030년까지 300만t, 2050년까지 2000만t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에서도 대규모 수소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수소위원회는 현재 그린 수소의 단가가 ㎏당 4.5~6.5달러에 달하지만, 전해조 기술 발전과 재생에너지 발전단가 하락, 규모의 경제 등에 힘입어 2030년까지 ㎏당 2.5~4.0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도 그레이→청정수소 전환 속도

2020년 세계 최초로 수소법을 제정한 한국도 수소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유통·공급망 구축, 법·제도 개선, 핵심 기술 육성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2022년 제5차 수소경제위원회를 개최해 그레이 수소 중심 산업을 청정수소로 본격적으로 전환하고, 당시 0%였던 청정수소 발전 비중을 2036년까지 7.1%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수전해 기술 등 7대 분야에서 핵심 기술개발도 집중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아울러 지난해 12월 열린 제6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선 제5차 위원회에서 설정한 ‘2030년까지 수소차 3만대 보급’ 목표를 ‘30만대 보급’으로 대폭 확대하고, 같은 기간 수소충전소를 660기 이상 구축하기로 했다.

올해 3월부터는 수소 생산·수입 시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으면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청정수소 인증제’도 시행했다. 상반기 중에 청정수소로 만든 전기를 구매·공급할 수 있는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CHPS)’도 개설한다. 또 경남 창원과 인천에는 액화 수소 플랜트가 준공돼 상업운전을 준비 중이다. 액화 수소는 기체 수소보다 운송 효율이 높고 충전 속도가 빠른 장점이 있다.

수소경제 불가피…국가 경쟁력 열쇠


한국은 2022년 재생에너지 비중이 8% 수준이고,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가 더뎌 그린 수소 생산이 쉽지 않은 환경이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2022년 그린 수소 보고서’에서 2050년 한국의 그린 수소 생산 단가가 주요 국가 중 가장 비쌀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현재 국내에 조성된 그린 수소 생산 실증단지는 제주가 유일하다.

하지만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전환과 산업 변화가 불가피한 만큼, 수소경제의 기반을 마련하는 작업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이승훈 연세대 화학공학과 겸임교수는 “수소는 여전히 경제성이 낮아 재생에너지 발전이 많은 국가 위주로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며 “한국은 해상풍력 발전 외에 재생에너지를 대규모로 확대하기 어려워 향후 그린 수소를 상당 부분 수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도 “생산 여부와는 별개로 에너지 시장이 수소 경제로 전환됐을 때 수소를 공급하고 활용하는 인프라는 미리 준비돼 있어야 한다”며 “결국 해외에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을 구축하고, 초기 수소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연구개발과 기술개발 등에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제언했다.

수소융합얼라이언스 관계자도 “한국은 모빌리티와 발전 등 활용 분야에서 매우 높은 기술경쟁력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며 “청정 수소 발전은 산업 측면에서 국가 경쟁력 향상은 물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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