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뒤 밸류업 영향 없어… 이미 주주환원시대 시작”

[돈을 만지는 사람들] 김기백 한국투자신탁운용 펀드매니저

김기백 한국투자신탁운용 펀드매니저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이미 주주환원의 길로 접어든 국내 증시의 방향성은 바뀌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제공

10일 총선 결과에 따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운명이 엇갈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5월까지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 실행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세제 혜택 등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여야 합의가 필수적인 만큼 앞을 내다보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총선용 ‘반짝’ 증시 띄우기라는 의심도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전부터 국내 증시 저평가의 원인을 ‘낮은 주주환원’이라고 꼬집어 온 김기백 한국투자신탁운용 펀드매니저는 총선 결과와 국내 증시의 연관성은 크지 않다고 말한다. 이미 국내 증시는 주주환원의 길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방향성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한국 증시는 발전하지 않는다는 국내 투자자들의 인식 변화가 더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난 김 매니저는 주주환원이라는 단어를 책 제목에 처음 실은 ‘밸류업 전문가’다. 그는 총선과 상관없이 국내 증시가 바뀔 만한 환경이 됐다고 분석했다. 김 매니저는 “투자자들이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후 ‘국내 증시가 과연 바뀔까’ ‘총선 이후에 흐지부지되면 어떻게 하나’ 등 걱정이 많은 것 같다”며 “국내 증시는 사회적 변화, 정부 제도적 변화, 기업 내부적 변화가 맞물린 것이라 밸류업의 방향성대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사회적 변화는 국내 기업을 상대로 한 주주 행동주의의 활발한 활동이 많아졌다는 것을 뜻한다. 주주 행동주의 활동이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의 촉매제 역할을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 같은 주주 행동주의는 기업의 세대교체와 함께 기업 내부적 변화도 이끌고 있다. 창업주에서 2세로 경영권이 옮겨가는 과정에서 ‘주주 자본주의’의 개념을 받아들인 2세들은 창업주와는 달리 주주 친화적인 경영을 실천한다는 것이다.

김 매니저는 “금융시장이 형성되기 전에 창업해 회사를 일군 창업주들은 일반 주주의 이익을 우선시하지 않았다”며 “앞으로는 기업들이 주주환원에 앞장서게 될 것이다. 주주들이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정부도 제도를 통해 기업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어 기업들은 주주환원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밸류업은 일시적 테마가 아니라고도 강조했다. 김 매니저는 “테마주가 전체 지수를 흔드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이제는 테마주의 시대가 종결될 때가 됐다”며 “밸류업은 테마주가 아니다. 주주환원의 흐름에 발맞춘 기업들이 배당 서프라이즈 등을 통해 주주들의 선택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시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김 매니저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일반 국민의 자본시장에 대한 인식 개선”이라며 “전 국민이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통해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만큼 ‘한국 증시는 안 바뀐다’는 생각 대신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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