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비스포크 가전으로 ‘초연결 시대’를 주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같은 날 LG전자는 ‘공감지능’을 AI 가전의 핵심 가치로 다시 한 번 내세웠다. 국내 가전 양강인 두 기업은 AI 원조를 두고 수장 간의 날 선 발언이 이어지는 등 치열한 AI 가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3일 서울 서초구 사옥에서 비스포크 AI 신제품 및 서비스를 소개하는 행사를 열고 냉장고 ‘비스포크 AI 하이브리드’와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AI 스팀’을 최초 공개했다. 이들 제품은 고성능 AI 칩이나 카메라, 센서 등이 탑재돼 여러 AI 기능을 제공한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은 “비스포크 AI는 ‘AI for all’(모두를 위한 AI)이라는 비전을 완성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 부회장은 AI 가전의 시초가 LG전자라는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어떻게 빠르게 소비자들이 혜택을 누리게 할지, 밸류(가치)를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시작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앞서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AI 가전의 시초는 LG전자가 만든 ‘업가전’(고객이 원할 때 새로운 기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AI 하이브리드는 핵심 부품으로 AI가 적용된 인버터 컴프레서와 공간 효율성을 높이는 펠티어 소자가 탑재된다. 두 종류의 동력원은 사용 상황에 따라 냉각 정도를 알아서 조절한다. 한여름에 냉장고 사용량이 많아지면 부품 두 개가 함께 작동하는 식이다. 비스포크 AI 스팀의 카메라 센서는 170만개의 사물 데이터를 학습한 AI 심층신경망(DNN) 모델이 적용됐다. 사물·공간 인식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이 제품에는 마룻바닥과 카펫을 구분하는 ‘AI 바닥 인식’ 기능이 있다. 청소기에 탑재된 물걸레는 고온의 물과 스팀으로 자동 세척되고, 열풍 건조된다.
이러한 AI 가전들은 삼성전자 스마트홈 플랫폼 ‘스마트싱스’로 연결된다. 올해 출시된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의 7인치 터치스크린 ‘AI 홈’에선 집 안에 연결된 모든 기기를 제어할 수 있다.
휴대전화와 가전의 연결성도 강화했다. 에어컨, 로봇청소기, 공기청정기와 휴대전화 간 거리가 10m 이내가 되면 화면에 자동으로 리모콘 팝업창이 뜬다. 전화가 리모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연내 AI 음성 비서 ‘빅스비’에는 생성형 AI가 도입돼 마치 사람과 대화하는 듯한 음성 지원이 가능해진다.
같은 날 LG전자는 “지난 2011년 업계 최초로 가전제품에 와이파이 기능을 탑재한 후 글로벌 AI 가전의 역사를 써 왔다”고 밝혔다. LG전자는 보도자료를 내고 가전의 공감지능 구현을 위해 온디바이스 AI칩을 자체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조 사장은 지난 1월 ‘CES 2024’에서 공감지능에 대해 “AI가 사용자를 배려하고 공감해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한다는 의미”라고 말한 바 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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