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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이강인’ 뒤에 숨은 축구협회

전석운 논설위원


한 축구선수의 국가대표 발탁 여부를 놓고 이렇게 여론이 팽팽하게 나뉜 적이 있었나 싶다. 아시안컵이 끝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축구팬들이 손흥민에 대든 이강인을 용서하지 못한 것 같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이 선수의 국가대표 선발에 대한 찬반 의견이 47% vs 41%로 갈렸다. 국가대표로 뽑아야 한다는 의견이 조금 더 많았지만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그가 하극상 논란에 휘말리기 전까지만 해도 팬들의 압도적인 응원과 지지를 받았던 걸 감안하면 격세지감이 있다. 달라진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축구협회는 지난 8일 발표한 대표팀 포스터에서 이강인을 지웠다.

황선홍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선택은 달랐다. 황 감독이 11일 발표한 대표팀 명단에는 물리적 충돌의 당사자로 지목된 손흥민과 이강인 모두 들어있었다. 황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오는 21일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3차전을 치른다. 상대는 태국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0위권이다. 객관적인 전력으로는 한국(FIFA 랭킹 22위)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 한국이 굳이 전력을 다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면 이강인에게 자숙의 시간을 주고 이번에는 그를 대표팀에서 제외하더라도 괜찮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대표팀 선수들과 두루 소통한 황 감독은 주장 손흥민의 조언을 받아들여 이강인을 소집했다. 황 감독은 “이강인을 다음에 부른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운동장에서 일어난 건 운동장에서 빨리 푸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선발 이유를 설명했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같은 사회지도층 인사들까지 공개발언을 할 정도로 핫 이슈로 떠오른 ‘이강인 사태’는 이제 일단락되게 됐다. 그의 국가대표 자격은 운동장에서 검증하면 된다. 그러나 아시안컵 우승 실패를 선수들 탓으로 돌리고 뒤로 숨기에 급급한 축구협회 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제2의 이강인 사태는 또 벌어질 수 있다. 축구협회는 크게 반성해야 한다.

전석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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