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106위 → 8강… 언더독 조련사 “한계는 없다”

타지키스탄 세그르트 감독 주목
끊임없이 선수들 격려… 이변 연출
주로 유소년·2군 팀서 코치 생활

페타르 세그르트(왼쪽) 감독이 29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컵 16강전 UAE와 경기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거두자 주먹을 불끈 쥐고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타지키스탄이 예상을 깨고 아시안컵 8강에 올랐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6위, 아시안컵 첫 출전 등 이들 앞에 붙던 부정적 수식어는 기적이라는 단어로 치환됐다. 타지키스탄의 돌풍에는 ‘언더독 조련사’로 소문난 세그르트 감독의 리더십이 있다.

타지키스탄은 29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에서 아랍에미리트(UAE)와 1대 1로 비긴 뒤 승부차기(5-3) 끝에 승리했다. 아시안컵에 처음 출전한 ‘축구 변방’ 타지키스탄은 16강을 넘어 8강에 오르며 이변을 이어갔다.

세그르트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매 경기 선수들이 나를 놀라게 한다. 우리 선수들은 한계가 없다”며 “우린 토너먼트의 다크호스다. 다음 꿈은 다시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4강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크로아티아 출신인 세그르트 감독은 독일 하부리그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두 차례 무릎 부상으로 27세의 이른 나이에 은퇴한 뒤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유소년이나 2군 팀에서 오랜 코치 생활을 했다. 그의 손을 거친 숱한 유망주들이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게 되면서 ‘건축가’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는 줄곧 약팀들을 맡아왔다. 2006년부터 조지아 대표팀, 인도네시아 클럽팀 등을 거쳤고, 2015년과 2018년에는 아프가니스탄과 몰디브 대표팀의 지휘봉을 차례로 잡았다. 2022년부터는 타지키스탄 사령탑에 올라 사상 첫 아시안컵 본선행 티켓을 따냈고, 태국 킹스컵 우승 등을 일궈냈다.

세그르트 감독은 강력한 카리스마에 화려한 언변을 곁들여 선수단을 똘똘 뭉치게 했다. 그는 조별리그 통과 후 “우린 언더독이 아니라 동등한 위치”라고 말했다. 16강전에서 동점골을 내준 직후에는 “모든 것이 가능하니 포기하지 말라”며 선수들에게 ‘투지’를 주문했다.

타지키스탄은 더 이상 주변의 평가나 객관적 전력에 연연하지 않는다. 미국 ESPN은 “타지키스탄은 조별리그에서 ‘디펜딩 챔피언’ 카타르에 진 게 유일한 패배”라며 “어떤 상대를 만나도 압도당하거나 당황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선수들은 세그르트 감독과 함께 꿈을 키우고 있다. 이날 승부차기에서 선방한 골키퍼 루스탐 야티모프는 카타르 매체 더 페닌슐라에 “아시안컵은 가장 권위 있는 아시아의 축구 대회다. 우리에겐 중요한 이정표”라며 “가능한 멀리 가서 미래 세대를 위한 길을 닦고 싶다”고 말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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