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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대만 선거와 중국 공포증

노석철 논설위원


대만에서는 2014년 ‘해바라기 운동’이 큰 이슈가 됐다. 당시 마잉주 총통의 국민당 정부가 국민 동의 없이 중국과 ‘양안서비스무역협정’을 강행하려하자 민심이 들끓었다. 300여명의 학생들이 3월 18일 의회를 점거했고, 경찰은 한때 인터넷과 전기를 끊기도 하는 등 23일 간 극한 대치를 했다. 거리에선 시민들이 검은 옷을 입고, 희망의 의미를 가진 해바라기를 들고 동조시위를 벌였다. 서비스 시장 개방시 대중국 종속이 심화될 것이란 불안감이 분출된 사건이었다. 이후 국민당 인기가 폭락하면서 2016년 대선에서 차이잉원의 민주진보당이 8년 만에 정권을 탈환했다.

하지만 차이잉원은 취임 후 미숙한 국정운영과 친인척 중용, 중국의 경제보복에 따른 경제 악화 등으로 지지율이 급락했다. 2020년 대선도 패배가 불가피해 보였다. 그런데 2019년 6월부터 홍콩에서 범죄인인도법 반대 시위가 시작됐고, 경찰이 총까지 쏘며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진압하자 대만에서도 중국 공포증이 확산됐다. 대만에선 ‘홍콩은 대만의 미래’ ‘차이잉원이 싫지만 중국은 더 싫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홍콩 민주화 시위가 계속되면서 반중 성향의 차이잉원 지지율도 급상승했고, 대선 압승으로 이어졌다.

차이잉원은 집권 2기에도 ‘탈중국’ 기치를 내세웠으나 과도한 ‘반중 마케팅’이란 반감이 커지며 2022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차이잉원은 주석직을 사퇴했고, 민진당의 정권 재창출은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이번에도 민진당은 야권의 단일화 실패와 반중 정서 덕을 봤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최근 잇따라 대만 통일을 강조했고, 국민당 마잉주 전 총통은 양안 관계에선 시 주석을 믿어야 한다고 발언해 민심을 자극했다. 이에 민진당은 “주권 없는 평화는 홍콩과 같은 거짓 평화”라고 공격했다. 결국 세 번의 대만 대선은 모두 차이나 포비아가 영향을 끼쳤다. 중국은 힘으로 누르는 정책을 고수하면 어디서든 반중 감정이 더 공고해진다는 걸 모르는 걸까. 중국이 대만을 계속 본토 식으로 다루면 양안의 평화로운 공존은 요원해 보인다.

노석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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