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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해돋이 일등’ 타이틀 경쟁 유감

남호철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연말연시면 해돋이 명소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다.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침 일찍 솟아오르는 태양을 보며 활력을 재충전하고 새 각오를 다지는 이들이 많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동트는 아침 해를 중요하게 여긴 것 같다. 1월 1일이면 어김없이 해변에서 또는 산 높은 곳에서 바다 너머로, 산 마루금 위로 이글거리며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환호한다. 연말이 되면 지나간 해를 되돌아보고 새해에 대한 기대를 품으며 성취되기를 바란다. 이를 상업적으로 접목해 백화점이나 여행사 등은 많은 기획 상품을 내놓고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도 앞다퉈 ‘새해 해맞이’ 행사를 성대하게 열고 있다.

우리나라의 일출 명소로는 동해안 바닷가나 높은 산 정상이 많다. 강원도 강릉의 경포대나 정동진, 경북 포항의 호미곶, 울산 울주의 간절곶 등이 인기다. 해변은 높은 산을 힘들게 올라가는 수고를 하지 않고도 역동적인 붉은 태양을 맞이할 수 있어서 일 듯싶다.

경포대와 정동진은 해돋이의 고장 강릉이 품은 일출 명소의 쌍두마차이지만 둘 사이에는 차이점이 있다. 경포대가 조선시대부터 시인묵객들의 사랑을 받았다면 정동진이 알려진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적막한 어촌마을이었던 정동진은 1995년 드라마 ‘모래시계’ 이후 ‘동해 일출 기차여행’ 명소로 다시 태어났다. 100년 전만 해도 작은 어촌마을이었던 호미곶도 도시의 발전과 도로망의 발달에 힘입어 많은 이들을 모으는 해맞이 장소가 됐다.

간절곶은 우리나라 육지에서 가장 먼저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한국천문연구원이 발표한 2024년 1월 1일 주요 지역 일출 시각에 따르면 새해 첫 해는 독도 오전 7시26분에 이어 육지에서는 울산 간절곶과 방어진에서 5분 정도 늦은 오전 7시31분에 얼굴을 내민다. 해발고도 0m를 기준으로 계산한 것이라는 천문연구원의 설명도 곁들여졌다.

이런 간절곶에 대해 이웃한 경남 양산시가 천성산을 내세워 도전장을 내밀었다. 천성산은 해발 0m를 기준으로 하면 간절곶에 1분 정도 일출 시각이 늦다. 하지만 천성산 정상(해발 922m)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관측 지점 고도를 감안해 반영하는 보정값을 적용하면 순서가 뒤바뀐다. 천문연구원의 보정값에는 해발고도 0m는 0분, 20~30m는 -1분, 100m는 -2분, 200m는 -3분, 400m는 -4분, 600m는 -5분, 900m는 -6분, 1200m는 -7분으로 돼 있다.

양산시가 천문연구원에 천성산을 포함해 국내 주요 일출 명소의 일출 예상시간을 요청한 결과 천성산 정상 일출 시각이 간절곶보다 5분 정도 빠르다는 결과도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천성산을 ‘유라시아에서 가장 먼저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알리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천성산 정상 부지를 활용한 광장 및 일출 전망대 조성과 진입도로 건설공사 등을 진행하며 천성산 해맞이 명소 만들기에도 나섰다.

이에 원조 ‘일출 일등’ 울주군도 간절곶에 새로운 볼거리를 만들고 새해 해맞이 행사에 드론 1000대를 동원한 드론쇼를 준비하는가 하면 간절곶 공원에 대규모 식물원 조성도 예고하는 등 방어에 나서는 형국이다. 새해 해맞이 행사의 의미를 ‘최초’와 ‘원조’에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두 지자체의 모양새가 곱게 보이지만은 않는다. 해가 가장 먼저 뜨는 ‘타이틀’로 지자체의 치적 알리기에 몰두하기보다는 주민들 삶의 질 향상이나 관광객을 이끌 내실 있는 콘텐츠 발굴에 관심이 쏠려야 바람직하다. 양측이 새해 일출을 바라보며 ‘화해’와 ‘상생’을 다짐하는 건 어떨까.

남호철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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